"세계 최대 열차 보유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을 계획입니다. "

경북 포항에 있는 제일연마공업 오유인 회장(60 · 사진)은 "최근 지하철과 철도 레일의 표면을 초정밀 가공하는 연마숫돌 개발에 성공했다"며 "한계에 직면한 국내 연마재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중국과 인도의 철도 레일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이 회사가 개발한 연마숫돌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산에 비해 수명이 10% 더 길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20% 싸다. 기존 제품이 4㎞ 길이의 철도 레일을 연마하면 숫돌을 교환해야 하지만 이 회사 제품은 2배 이상 긴 11㎞까지 연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비용만 10억원 이상 투입된 이 제품의 국내 시장 규모는 고작 2억원에 불과하다. 국산화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연마사업을 접으면 국가 기간산업의 근간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게 돼 손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오 회장은 연마재 국산화를 위해 평생을 바쳐 온 연마재산업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의료용 주사바늘에서 고속함정,제트기 엔진 등 국가 기간산업에 이르기까지 초정밀 부품을 매끄럽게 갈고 다듬는 연마용 숫돌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왔다. 농기구와 톱날을 갈며 연마재 국산화의 꿈을 키워온 부친 고 오일용 회장이 1955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된 가업을 30세에 이어받아 제일연마를 국내시장 점유율 1위,세계 톱5의 글로벌 장수 기업으로 키워냈다.

지금까지 만들어 낸 국산화 연마 제품만 무려 5000여종에 이른다. 주요 제품은 △건설 · 조선분야 금속이나 석재 등의 절단 · 연마에 사용하는 '레지노이드' △자동차 선박 항공기의 엔진과 전자산업 소재 등에 사용하는 '비트리파이드' △초고속 회전 공구재료인 CBN 연마지석 △콘크리트 아스팔트 고무 등의 절단연마 공구재료인 다이아몬드 연삭숫돌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력도 세계 1위의 일본 노리다케 수준에 근접했다.

오 회장이 올해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장 생산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고 연마재 원료가 풍부한 중국과 인도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시장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마시장 규모는 1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제일연마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내와 중국 등 동아시아산 저가 제품,일본 독일 등 선진국 제품이 나눠 갖고 있다.

오 회장은 "연마재 산업은 마치 도자기를 굽는 것처럼 생산공정이 까다롭고 일손이 많이 가는 데다 원료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전형적인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그렇다고 국내 기간산업의 뿌리 같은 연마재 산업을 외국에 통째로 내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