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칼리파(옛 부르즈두바이)의 초호화 일식당 총괄 조리장(head chef)에 한국인 요리사가 발탁됐다. 대체로 일류 호텔의 일식당 총괄 조리장 직책이 일본인 요리사에게 돌아가는 것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이변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부르즈칼리파 내 아르마니호텔 일식당 '하시'에서 총괄 조리장을 맡게 된 문경수씨(34).아르마니호텔 내 8개 식당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이 식당의 총괄 조리장은 원래 일본인이었고 문씨는 그를 돕는 2인자로 스카우트됐다. 그런데 일본인 요리사가 호텔 개장을 앞두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실격되면서 문씨에게 기회가 왔다.

문씨의 전 상사이자 이 호텔의 8개 식당을 총괄하는 독일인 총셰프는 또 다른 일본인 요리사를 영입하려 했던 호텔 임원진에게 "비록 일본인은 아니지만 셰프 문의 솜씨가 남다르니 테스트 기회라도 한번 줘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호텔 총지배인 등 10여명의 심사단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와규 된장 숯불구이,수타 메밀국수(소바) 등 14개 요리로 구성된 코스요리를 선보였고,결국 심사단의 갈채를 받으며 지난 1월 총괄 조리장에 전격 발탁됐다.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며 한식,중식,양식,일식,복어조리 등 5개 분야 요리자격증을 취득한 문씨는 1996년 군 입대 후 육군참모총장 요리병으로 복무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문씨는 군에서 다양한 요리를 다루면서 일식의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일식은 칼 한 자루와 재료만 있으면 어디서든 멋진 요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 요리사의 마음을 손님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일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식 요리에 매진하게 됐죠."

문씨는 제대 후 신라호텔에 입사한 뒤 8년 간 근무하다 2008년 두바이로 건너가 어드레스호텔의 아시안 레스토랑 '파자리스'에서 자신의 요리세계를 유감없이 펼쳤다. 문씨는 27일 호텔 개장 파티에서 이 호텔을 직접 디자인하고 투자한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비롯 450명의 VIP에게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