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1970년대 한국 정서로 재창조한 연극 '순우삼촌'이 다음 달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상연되고 있다.

마침 러시아 유명 연출가 레프 도진이 내한,다음 달 5~8일 LG아트센터에서 원작 '바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어서 두 공연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순우삼촌'은 '바냐 아저씨'의 내용과 주제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서울 강남 개발이 가속화되던 1970년대 잠실 섬에서 농사를 짓는 한 대가족 이야기로 각색했다.

죽은 누나의 남편으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최종길 박사(세레브랴코프 교수)에게 돈을 부치며 그의 딸 지숙(소냐)과 함께 농사를 짓는 주인공 순우삼촌(보이니츠키).자연에 순응하던 그의 평화로운 삶은 매형이 10년 만에 젊고 아름다운 연인 민다정(엘레나)을 데리고 돌아오면서 뒤죽박죽이 돼버린다. 도시화된 사고방식을 가진 매형이 땅을 팔자고 제안하자 순우삼촌은 절망하고 급기야 매형에게 총을 쏘기에 이른다. 19세기 말 세속화되는 사회와 도덕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 러시아 희곡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개발,도시와 사람을 돌아보게 만든다.

평화로운 시골집과 마당 한구석에 자리잡은 나무,사람의 목소리로 재현되는 한강의 물소리 등이 놀랍도록 서정적이다.

서울시극단의 김석만 단장은 "극 중간중간에 산업화로 치닫기 직전 우리네 삶의 아련한 추억과 개발시대의 이면이 잘 뒤섞여 드러날 것"이라며 "다들 떠나간 후 4막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적막감과 쓸쓸함이 압권"이라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