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취약한 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촉발된 위기를 제대로 예방하고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IMF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그들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게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한 이후 IMF 등의 지배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아 신흥개도국의 발언권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기구들의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합의가 이뤄진 이유다.

◆쿼터 이전이 핵심

[G20 주요 의제 분석] (6) IMF쿼터 5%이상 개도국 이전 합의
지배구조 개혁은 쿼터(지분율) 재조정이 핵심이다. 쿼터는 발언권을 의미한다. 현재 IMF 쿼터는 미국이 17.071%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일본(6.118%) 독일(5.978%) 프랑스(4.935%) 영국(4.935%) 순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3위인 중국은 3.718%로 6위에 그치고 있다.

한국도 1.345%로 19위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GDP가 적은 벨기에(2.116%)나 네덜란드(2.372%)보다 쿼터가 낮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 개혁은 그동안 열린 세 차례 G20 정상회의에서 활발히 논의됐다. 특히 지난해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IMF 내 선진국 쿼터 중 최소 5% 이상을 신흥개도국에 이전키로 합의했다. 당초 이전 완료 시점은 2011년 1월로 제시했으나 지난 23일 열린 워싱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올해 11월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앞당기기로 했다.

세계은행(WB)은 25일 워싱턴 개발위원회(DC) 회의에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지분을 종전보다 3.13%포인트 증가한 47.19%로 확대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 밖에 IMF나 WB의 이사회 규모와 구성 개선,이사회 효과성 제고,총재와 고위직 선임 방식 개선 등도 개혁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중국이 최대 수혜 예상

IMF 쿼터 이전은 11월 정상회의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됐지만 실무적 · 정치적으로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각국 정상 간 합의 문구에 포괄적이고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IMF 쿼터를 최소 5% 이전한다고 돼 있지만 누가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이전한다는 게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구체적인 이전 비율과 대상을 정할 때 당연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IMF 지배구조 개혁에서 가장 큰 관심은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중국의 지분율 상향 조정 규모"라며 "미국이 여러가지 카드를 놓고 중국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중국 쿼터가 가장 많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쿼터 상향 조건으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IMF 지배구조 개혁은 경제력에 비해 쿼터가 과도한 유럽 입김을 제어하려는 미국의 의도도 내포돼 있는 만큼 20%가 넘는 유럽 쿼터 인하를 놓고 선진국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의장국인 한국은 경제 규모에 맞게 신흥개도국의 쿼터를 늘려 국제금융기구에서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멕시코 터키 등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박정훈 G20준비위원회 국제기구개혁과장은 "각국의 이해 관계가 엇갈려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11월 정상회의가 열려야 최종 이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