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벨벳 사운드'는 무엇일까. 벨벳처럼 윤택하고 화려한 선율에 반한 클래식 애호가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에게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실체가 무엇인지 물었다.

샤를 뒤투아는 "벨벳 사운드나 크림 사운드는 필라델피아의 트레이드 마크"라며 "이 소리는 오래 전 이 악단의 지휘봉을 잡았던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와 유진 오먼디가 수년 동안 균질하게 만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현악 파트에 수년 간 공을 들였죠.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 경험도 오케스트라와 현악기의 공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이런 선율은 연주 레퍼토리와도 관련이 있죠.예를 들어 풍성하고 거대하며 섬세한 연주를 요구하는 라흐마니노프가 필라델피아를 위해 작곡한 '교향적 무곡'은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크게 발전시켰어요. 저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이런 특성과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

샤를 뒤투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장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베를리오즈,라벨,스트라빈스키 등 프랑스,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을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거장 반열에 올랐다. 1980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첫 인연을 맺은 후 10여년 동안 필라델피아의 여름 연주회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를 맡았고 2008년 9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의 후임으로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유대인에게만 악장을 허용하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100여년 전통을 깨고 1999년부터 한국계 최초로 종신 악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김은 "뒤투아와 우리 단원들은 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며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뒤투아가 연습 도중 '그 소리를 주세요'라고 말하면 단원들은 '필라델피아만의 사운드'를 강조하라는 의미로 재빨리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 사운드는 초콜릿처럼 달콤합니다. 소리가 두껍고 따뜻해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과 같죠(웃음)."

이번 공연에서는 첫날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과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라벨의 '라 발스' 등을 들려준다.

둘째 날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봄의 제전' 등을 연주한다. 뒤투아는 한국에서 '불새'를 1989년 몬트리올 심포니와 함께 처음 연주했다.

협연자로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나선다. 그는 독일 음반비평가상,에코 클래식상을 받은 신예 연주자로 국내 첫 무대다. 뒤투아는 "매우 지적이고 헌신적이며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연주자"라고 그를 평했다. 4만~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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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