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올뉴 SRX 타보니…'베컴 안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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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가 선정한 '최고 몸값'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35·영국·AC밀란)의 수많은 '애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차는 캐딜락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다.
국내 판매가격이 1억을 훌쩍 넘는 에스컬레이드는 6200cc라는 높은 배기량에 걸맞게 연비는 ℓ당 5.9km에 불과하다. '기름을 뿌리고 다니는 수준'이라 할 만 하다.
최근 시승한 캐딜락의 신형 SUV '올 뉴 SRX'의 인상은 '작은 에스컬레이드', 덩치와 힘은 못 미치지만 야무진 성능과 다양한 편의사양, 합리적인 경제성을 갖춘 모델이다.
외관을 보면 직선을 중점적으로 사용해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앞서 출시된 중형세단 'CTS'와 비슷한 느낌이다. 길이 4850mm X 너비 1910mm X 높이 1665mm의 육중한 덩치 앞에 놓여진 비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위압적이다. 입체적인 앞뒷모습이 각도를 달리 할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점도 이채롭다.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팝업(pop-up) 방식의 8인치 내비게이션. 뒷좌석 탑승자를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 뒷부분에도 2개의 독립형 모니터가 별도로 있다. 각자 TV나 DVD를 보든, 외부입력단자에 연결해 게임을 즐기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기능이 한글화됐다는 것. 관련 내용을 한글로 표시할 뿐 아니라 음성인식기능까지 한글을 지원한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섰다. 차체 중량이 2t이 넘지만 제법 가뿐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 차에 실린 2994cc 6기통 VVT DOHC 엔진은 미국 워즈오토로부터 2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3.6ℓ V6 직분사 엔진의 소형 버전이다. 최고출력 265마력, 최대토크 30.8㎏ · m의 힘은 일상 주행에 부족함이 없다.
SUV에 있어 중요한 점은 좌우로 차를 선회할 때의 안정성이다. 차체 무게배분과 서스펜션(차량 하단 충격완화장치), 차체자세제어장치 등이 SUV 차량의 안전을 가늠하는 척도다. 시속 150km 정도에서 제동페달을 밟지 않고 급선회를 해 봤더니 일부 SUV에서 감지됐던 뒤뚱거리는 느낌이 없었다.
무리한 주행을 하지 않는다면 안정성에 있어서만큼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안정성에는 0.002초마다 노면을 읽어 압력량을 조절해 주는 실시간 댐핑 스포츠 서스펜션이 한 몫 한다. 엔진 성능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적당한 힘으로 차체를 끌어준다.
정숙성도 수준급이다. 고속주행에 들어서면 조금씩 배기음이 차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데, 소리가 묵직해 그리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차체 강성에 있어서는 직접 사고를 경험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지만,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에서 동급 부문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됐다고 한다. 안전사양으로는 커튼.사이드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과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EBD-ABS), 차체자세제어장치(ESP) 등이 실렸다. 트렁크는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최대 1732ℓ까지 늘어난다. 냉장고 한 대를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중형 SUV의 본령(本領)은 무엇일까. 넉넉한 실내 적재공간과 다목적성, 부족하지 않은 힘과 안정성이 먼저 떠오른다. 올 뉴 SRX는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기본이 탄탄하다. 합리적으로 만든 차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챈다. 최근 캐딜락 전체 판매량의 약 25%를 점유하는 배경이다. ℓ당 8.1km의 연비가 아쉽지만, 베컴의 에스컬레이드가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