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카페 '펀드스쿨'의 운영자 신주영씨(44)는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늘 '수수료와 보수가 싼 펀드'를 추천한다. 적립식 장기투자펀드의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씨는 "당장 몇 푼 안 돼 보이는 수수료와 보수를 우습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은데,장기로 투자하면 나중에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펀드 관련 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 장기투자에 따른 복리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수가 비싼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판매채널 확대를 통해 보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운용사도 운용보수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보다 두 배 비싼 펀드 총보수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 · 비용 비율(TER · 펀드 순자산에서 운용,판매,수탁 등 각종 보수와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말 현재 연 2.07%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 · 비용(작년 말 연 0.99%)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미국 투자자들이 1억원당 1년에 평균 99만원의 보수와 비용을 낸다면,국내 투자자들은 205만원을 부담한다는 뜻이다.

[SAVE in FUND] 펀드서 떼는 돈 美의 2배…판매 수수료 낮춰야
국내 펀드의 총보수 · 비용이 높은 것은 전체 총보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판매보수가 비싸기 때문이다. 펀드 보수는 가입하거나 환매할 때 한 번만 내면 되는 수수료와는 별도로 펀드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과 각종 서비스 대가로 투자자들이 매년 판매 · 운용사에 내는 돈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체 보수 · 비용 가운데 판매사 몫인 판매보수(1.237%)는 운용보수(0.754%)의 두 배에 가깝다.

펀드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의 판매보수는 한국의 절반 이하다. 영국의 경우 '판매보수'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 미국도 판매보수를 받지 않다가 1980년대부터 순자산의 연 0.75%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다. IFA(독립펀드판매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을 경우 연 1% 정도의 비용이 추가되지만 서비스 이용 여부를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펀드 판매사를 상대로 보수를 연 1% 이하로 내리라며 행정지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판매채널 늘리고 서비스 제고해야

전문가들은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펀드 판매채널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은행 증권 등 거대 판매사의 영향력을 줄여 운용사들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펀드의 판매채널은 은행과 증권사가 91.7%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영국에서는 수수료를 받고 펀드 투자자문과 판매를 담당하는 개인사업자인 IFA의 펀드 판매 비중이 전체의 50% 수준이다.

자산운용사의 다양한 펀드를 한곳에 모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펀드슈퍼마켓'도 새로운 판매채널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펀드슈퍼마켓은 운용사와 은행 증권 등 판매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독립형 법인'이다. 국내에도 증권사 인터넷 펀드몰이 있지만 운용사들이 기존 판매사와의 관계를 감안해 온라인 상품 출시를 꺼리고 있어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펀드슈퍼마켓 등 판매채널이 다양해져야 운용사와 판매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효율적인 보수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불완전 판매' 우려를 내세워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다.

운용보수 개편에 대한 의견도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펀드 순자산이 불어날 경우 운용비용 절감이 가능한 만큼 운용보수를 인하하는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연구원은 "운용보수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투자자에게도 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서정환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