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 계속 하락했던 은행 연체율이 올들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오는 6월 말로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만기 일괄 연장과 보증 특례가 종료되기 때문에 앞으로 연체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은행권에도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연체율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아진 연체율

지난 3월 말 현재 대부분 은행의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된 원리금 기준)이 작년 말보다 크게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 0.63%에서 0.88%로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0.62%에서 0.87%로,신한은행은 0.41%에서 0.61%로 각각 0.2~0.3%포인트씩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도 0.5%에서 0.77%로 올랐다. 하나은행은 0.56%로 작년 말(0.51%)과 거의 비슷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연체율은 집중 관리 덕분에 연말에 하락했다가 연초에는 약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절대적인 수준을 보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작년 3월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3월 말과 비교하면 연체율은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연체율은 2008년 3월보다 상당히 높다. 한 관계자는 "절대적인 수준은 높지 않다고 하지만 추세적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

오는 6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일괄연장이 종료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비율도 올해 상반기 90%에서 85%로 정상화된다. 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도 변수다. 은행들은 6월까지 부실징후 기업을 평가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 C(워크아웃) D(법정관리)로 등급을 나눠 구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체율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남운택 기업은행 부행장은 "불황기에는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개인 대출의 3배 정도 된다"며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은행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은행권에 도입되는 IFRS도 연체율 관리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은행들은 연말 연체율 관리가 필요할 때 연체 대출채권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매각함으로써 연체율을 낮춰왔다. IFRS에서는 이 같은 방식을 회계상 '진정한' 매각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 연체 대출채권이 은행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 담당 부행장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연체 대출채권을 상각(손실처리)하거나 매각했고 그런 방식도 어려우면 ABS를 발행해 해결했다"며 "ABS 발행,매각에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ABS로 연체율 관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6월까지는 그럭저럭 수치가 괜찮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은행들마다 연체율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