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볼보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되면서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LG화학은 볼보차가 추진 중인 '미래형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었다고 26일 밝혔다. 배터리 셀(cell · 전지의 기본단위)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등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된 토털 팩(pack) 형태로 납품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그러나 계약서상의 조건을 들어 구체적 공급시기나 물량은 밝히지 않았다.

2015년 10조원 규모로 확대될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 세계 전기차용 2차전지 제조업체 중 3대 시장에 배터리 수요 기반을 구축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총 10개의 고객사를 확보,2015년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매출을 2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와 잇따른 공급계약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작년 1월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GM이 생산할 예정인 전기차 '시보레 볼트'의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미국 이튼사에 상용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3대 자동차회사인 창안자동차의 연구개발 전담 자회사인 창안 신에너지자동차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중국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볼보차는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했으며,스웨덴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을 중심으로 연간 3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휴대폰 전지 4000개 용량과 맞먹는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이뤄지면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부터 GM에 배터리 납품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의 추가 공급계약 체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미국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유럽 폭스바겐,르노자동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이미 진출한 미국 중국 이외에 일본 시장에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 업체와의 계약도 가시화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LG화학은 현재 충북 오창산업단지에 1조원을 들여 세계 첫 전기차용 배터리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올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공장 가동이 본 궤도에 오르는 2013년엔 20만대 안팎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5000만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 공장과 별도로 기존 국내 2차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올 하반기부터 현대 · 기아차 GM 이튼에 공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만 3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