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동중국해 희귀금속 캐겠다"…영토분쟁, 이젠 자원전쟁으로
최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다시 들고나온 일본이 이번엔 중국과 영토 다툼이 한창인 동중국해에서 니켈과 망간 등 희귀금속을 캐내겠다고 선언해 주변국들을 또 한번 긴장시키고 있다. 희귀금속은 컴퓨터와 휴대폰,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자동차 장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쓰이는 중요한 원자재로,최근 들어 각국이 확보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희귀금속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최근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주요 자원국에서 벌어지는 자원 확보전에서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에 크게 밀리는 양상이다. 특히 전기자동차와 태양광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선정하고 있는 일본으로선 동중국해 희귀금속 자원 탐사가 곧 미래 생존과 연결되는 절박한 과제다. 이 때문에 당장 영토 분쟁과 외교 갈등이라는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향후 동아시아 관계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 직속의 종합해양정책본부는 '해저 자원에너지 확보 전략'을 통해 동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 해역에서 희귀금속을 비롯한 각종 해양자원 탐사를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2020년 이후엔 사업화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추진 일정 등은 오는 6월 초 일본 의회에서 논의하는 '성장전략안정 방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자국 측에서 중국과 EEZ 경계로 정한 중간선에서 류큐 열도에 걸친 동중국해 지역,일본 동부 이즈반도와 도쿄 남쪽 오가사와라 군도 사이의 해상 등 총 34만㎢의 해역에서 '해저열수광상'과 망간단괴 등을 탐사할 계획이다. 해저열수광상은 수심 약 2000m의 해저 화산 근처에서 분출된 마그마 때문에 섭씨 수백도까지 뜨거워진 바닷물이 찬물과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물 속에 녹아 있던 각종 광물질이 응고돼 만들어진 광물덩어리다.

이 안엔 아연과 구리를 비롯한 일반 금속과 니켈 및 카드뮴,코발트 등 각종 희귀금속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바닷속의 화수분'으로 불릴 만큼 개발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해저기구(ISA)는 해저열수광상의 가치를 t당 489~1360달러(평균 819달러/t)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이 같은 계획은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제도)의 영유권을 주장 중인 중국과 마찰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탐사 예정 구역이 중국과의 분쟁지역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춘샤오(일본명 시라카바)와 룽징(일본명 아스나로) 등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해묵은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희귀금속 탐사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동중국해에서 서로 다른 EEZ 경계선을 주장하며 대립해온 중국과 일본은 2008년 6월 경계선 사이 수역을 공동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본이 주장하는 경계선에 있는 가스전 가운데 춘샤오 개발에는 일본 기업이 투자 형태로 참여하고,룽징은 공동 탐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출자비율 등 구체적 사안에서 1년 이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중국이 독자 개발에 들어가면서 일본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월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춘샤오 가스전 개발을 강행할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