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목걸이 등 예물용으로 많이 쓰이는 1캐럿 이상 다이아몬드 '나석'(원석을 깎은 세공전 58면체)의 국내 수입가격이 올 들어 5%가량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중국 인도 등지의 예물용 다이아몬드 수요가 늘어난 반면,다이아몬드 원석 생산업체들이 원석 고갈을 우려해 공급량을 줄인 여파가 그대로 국내 시장에 적용된 탓이다. 특히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영국 드비어스가 생산량을 추가 감축하기로 한 만큼 국내 다이아몬드값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국내 최대 다이아몬드 수입업체인 GP다이아몬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급 예물용으로 거래되는 F컬러 1캐럿 다이아몬드(육안으로 내포물을 볼 수 없는 투명도 VS2 등급 기준) 나석 수입가격은 800만원으로 올해 초(760만~770만원)보다 4~5%가량 상승했다. 이 등급의 다이아몬드는 2008년까지 국내에서 600만원대에 수입됐지만,지난해 드비어스가 원석 생산을 감축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보석 소매상들은 GP다이아몬드 등 공식 수입업체 또는 밀수조직 등을 통해 나석을 공급받아 반지 목걸이 등 완제품을 만드는 만큼 다이아몬드 국제시세가 오르면 국내 도매 가격도 그만큼 상승하게 된다.

최준호 GP다이아몬드 대리는 "공급은 줄어든 반면 수요가 늘면서 1캐럿 이상 고가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며 "1캐럿 미만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종로3가 귀금속 업체 관계자는 "금에 이어 다이아몬드 가격까지 동반 급등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주얼리 시장은 아예 붕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다이아몬드의 가격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비어스가 지난해 4800만캐럿 수준이던 원석 생산량을 내년부터 4000만캐럿으로 줄인 뒤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부유층들이 무더기로 다이아몬드를 구입하고 있는 만큼 중국 보석 시장은 2016년까지 두 배로 커질 전망이다.

데스 킬라리아 RBC 애널리스트는 "생산 감소를 가정할 때 다이아몬드 원석값은 향후 5년간 매년 최소 5%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김정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