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식물 가운데 우뭇가사리 등 홍조류를 이용해 '꿈의 연료'로 불리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고흥 프로젝트'가 닻을 올린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시도하는 홍조류 바이오에탄올이 2013년 선보이면 200조원 규모의 세계 바이오에탄올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에탄올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바이올시스템즈(대표 김형운)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도양중 폐교 부지 2만3140㎡에 연구소와 함께 시제품을 생산할 파일럿플랜트(시제품 공장)를 다음 달 착공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해 말 지식경제부의 '해양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파일럿플랜트 사업'과제에 선정됐으며 사업비 150억원 중 90억원을 국비에서 지원받는다.

연구소와 공장은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연구소에서는 우뭇가사리 등의 품종 개량과 상용화 기술 개발을,파일럿플랜트에서는 발효와 농축,증류 과정 등을 거쳐 하루 4000ℓ의 바이오에탄올을 시험 생산하게 된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바이오에탄올 양산과 플랜트 제작 기술 상용화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바이올시스템즈는 지난해 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당시 연구원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홍조류 바이오에탄올 제조방법'과 관련한 특허 6건을 보유한 김경수 박사 연구팀이 설립한 회사다.

회사가 생산할 바이오에탄올은 바다에서 채취한 홍조류를 원료로 파쇄 · 분쇄 과정과 가수분해,발효 등을 거쳐 나오는 성분으로 자동차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석유 대체 원료로 꼽힌다.

바이오에탄올의 원료인 홍조류는 무엇보다 연간 4~6회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생장 속도가 빠르고,비료나 농업용수도 필요하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원료를 대량 확보하기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회사는 설립 이후 안정적 원료 공급을 위해 지난해 7월 필리핀 보홀주와 100만㏊ 규모의 해상 무상 임대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현재 14㏊에 시범 양식장이 조성돼 있으며 어민 3명을 파견,기술 지도와 양식장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SK에너지(해조류 전처리 공정) 현대자동차(자동차용 혼합연료 적합성 검사) 태양중공업(플랜트 분야) 퓨어테크피엔티(연료 수분 제거) 등 대형 업체도 참여하고 있다.

고흥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앞선 해조류 양식 기술과 고흥만이라는 풍부한 원료 공급기지,정부의 어선 감축에 따른 폐어선 활용이 쉽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고흥군은 상용화에 대비해 하루 40만ℓ 규모의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한 도료,플라스틱,화장품 소재,부타디엔 등 다양한 연관 제품을 생산하는 165만㎡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도 추진키로 했다. 김 대표는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4~5년 안에 세계 시장 규모가 200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2013년 바이오에탄올을 상용화할 경우 회사 매출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흥=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