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황금주파수 독점 시대가 무너졌다. 주파수 효율이 좋아 통화품질이 좋은 800메가헤르츠(㎒) 및 900㎒의 낮은 주파수 대역을 KT와 LG텔레콤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르면 2013년에 국내서도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낮은 주파수 할당 선정 심사에서 KT가 LG텔레콤에 비해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아 KT가 800㎒나 900㎒ 대역에 대해 우선 선택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에서 KT는 88.36점을,LG텔레콤은 87.05점을 받았다. 낮은 주파수 대역은 장애물을 만나도 우회해서 먼 거리까지 도달해 기지국 등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줄일 수 있다. SK텔레콤이 독점해 온 800㎒ 주파수 대역이 '황금 주파수'라 불려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3세대 이통 서비스와 같은 대역인 2.1기가헤르츠(㎓)를 추가로 할당받았다.

업계의 관심은 KT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KT가 800㎒와 900㎒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따라 국내 이통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주파의 효율은 큰 차이가 없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중시할 것인지,해외 이통사들과의 서비스 공조에 힘을 실을 것인지에 따라 경쟁의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800㎒는 SK텔레콤이 2세대 이통망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향후 4세대 이동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활용할 전망인 만큼 이 주파수 대역을 선택하면 국내에서 4세대용 휴대폰을 확보하기가 한층 유리해진다. 반면 900㎒ 대역은 유럽식 이동통신 기술방식(GSM)을 적용한 유럽 동남아 등 이통사의 70% 이상이 쓰고 있어 글로벌 로밍 서비스가 유리하다.

KT는 그동안 로밍서비스에서 SK텔레콤에 크게 뒤져온 것을 만회하고 세계 이통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900㎒ 대역을 선호해왔다. 800㎒로는 SK텔레콤을 넘어서기 쉽지 않아 글로벌 이통시장과 보조를 맞추는 전략으로 국내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어떤 주파수를 선택할지 확정하지 않았으나 900㎒ 대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