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산에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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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산새들도 잠에서 깨지 않을 무렵 등산복을 단단히 여미고 집을 나섰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던 등산이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가지 못했다. 여기저기 벚꽃이 만발하고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인데 꽃놀이는커녕 먼 산 한번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산이 그리워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뒷산으로 향했다.
어스름이 걷힐 무렵의 산은 굉장히 신비롭다. 산 중턱을 에워싼 안개나 가지각색의 모양을 하고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꽃들이 저마다 모양을 뽐내고 있다. 중간중간 만나는 등산객들과의 눈인사도 즐겁다. 게다가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려 돌아다보면 다람쥐가 쪼르르 도망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바쁜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자연처럼 우리에게 즐거움과 안식을 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 년 전에 항상 가던 코스였는데 제법 많이 변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도 배로 넓어졌고 나무계단들도 여기저기 생겼다. 산 중턱에서 보니 제법 오르막이 높은 곳은 샛길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즐거운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좁아졌던 길도 넓어지고 여기저기 샛길들이 만들어진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산속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에 부착된 광고지들,곳곳에 버려진 휴지도 많았다. 유명 관광지도 아닌 동네 뒷산까지도 이런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똑같던 뒷산이었는데 산속의 모습은 몇 년 전과 너무 달랐다.
아이러니를 느꼈다. 자연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과 몸 모두 건강해질 수 있어 올라가는 산인데 힘들다고 샛길을 내고 가파르다고 계단을 만들었다. 조금 더 편하고자 우리 입맛에 맞게 자연마저 변형시키거나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가슴 한쪽을 시리게 했다.
씁쓸한 마음에 등산을 뒤로 하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이내 두 손 가득 넘쳤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많이 일어난다. 미국의 산불,칠레 및 동남아의 지진,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 등…. 이러한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터전을 잃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경고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주변에 항상 당연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연에 우리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한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산을 올라야겠다. 그리고 쓰레기 봉지도 챙겨야겠다.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 sjhosp@sejongh.co.kr
어스름이 걷힐 무렵의 산은 굉장히 신비롭다. 산 중턱을 에워싼 안개나 가지각색의 모양을 하고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꽃들이 저마다 모양을 뽐내고 있다. 중간중간 만나는 등산객들과의 눈인사도 즐겁다. 게다가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려 돌아다보면 다람쥐가 쪼르르 도망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바쁜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자연처럼 우리에게 즐거움과 안식을 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 년 전에 항상 가던 코스였는데 제법 많이 변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도 배로 넓어졌고 나무계단들도 여기저기 생겼다. 산 중턱에서 보니 제법 오르막이 높은 곳은 샛길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즐거운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좁아졌던 길도 넓어지고 여기저기 샛길들이 만들어진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산속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에 부착된 광고지들,곳곳에 버려진 휴지도 많았다. 유명 관광지도 아닌 동네 뒷산까지도 이런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똑같던 뒷산이었는데 산속의 모습은 몇 년 전과 너무 달랐다.
아이러니를 느꼈다. 자연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과 몸 모두 건강해질 수 있어 올라가는 산인데 힘들다고 샛길을 내고 가파르다고 계단을 만들었다. 조금 더 편하고자 우리 입맛에 맞게 자연마저 변형시키거나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가슴 한쪽을 시리게 했다.
씁쓸한 마음에 등산을 뒤로 하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이내 두 손 가득 넘쳤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많이 일어난다. 미국의 산불,칠레 및 동남아의 지진,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 등…. 이러한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터전을 잃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경고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주변에 항상 당연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연에 우리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한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산을 올라야겠다. 그리고 쓰레기 봉지도 챙겨야겠다.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 sjhosp@sejong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