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종자가격이 5년 전에 비해 5배가량 크게 올랐다.

고추밭의 역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대부분의 농가에서 비싼 '신품종'을 사용하면서 농가의 부담이 늘고 있다.

27일 고추재배 농가에 따르면 역병에 강한 'PR(병저항성 유전자)계 고추 종자' 도매가격(씨앗 1200개짜리 한 짝 기준)은 평균 4만5000원 선.'금당고추' '다복고추' 등 재래종(1만2000원 수준)에 비해 약 3.7배 비싸다.

종자업계는 5년여 전부터 역병에 걸린 밭에서 쉽게 죽지 않는 고추종자를 개발 · 판매해왔다. 충남 부여군의 한 고추재배 농장주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종자가격은 7000~8000원 선에 그쳤는데 역병에 강한 신품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PR계 종자의 경우 현재 3만5000~6만원 수준에 사들인다"고 설명했다. 재래종 고추는 빛깔과 맛이 우수한 반면,PR계 고추는 역병에 강하고 생산성이 우수한 대신 맛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 특징이다.

현재 재래종과 신품종의 가격 차이는 4배 가까이 되지만 대부분의 고추 농가들은 신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고추는 비를 많이 맞으면 역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역병에 걸린 고추밭에선 뿌리가 썩고 줄기가 말라 쓰러지며 열매에는 흰 곰팡이가 피는 등 정상적인 경작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고추농장주는 "한 번 역병이 든 고추밭은 7~8년간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역병에 강하고 생산성이 좋은 PR계 종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품질은 뛰어나지만 역병에 견디기 어려운 재래종은 단종될 위기다. 재래종자로만 농사를 지어온 경북 영양군의 한 고추재배농부는 "여태껏 쓰던 금당고추 종자가 내년부터는 단종돼 종자를 구할 수 없게 됐다"며 "품질 때문에 재래종을 고집하고 있었는데 내년에는 어떤 종자를 써야할지 고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종자업체들은 종자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 때문에 종자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종자업체 관계자는 "신품종이 재래종보다 비싼 이유는 연구개발비 때문"이라며 "종자 하나를 시험개발하는 데 보통 7~10년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고추재배 농장주는 "매년 고추종자 신품종이 나오면 대부분 한 해 전보다 10% 정도 비싼 가격에 출시된다"며 "오래된 종자는 가격이 떨어지긴 하지만 신품종도 역병에 약해지기 때문에 3년에 한 번씩은 종자의 종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