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파워-3부 변곡점] (3) 사라지는 값싼 노동력…'高부가 비즈니스' 아니면 설땅 없다
중국 광둥성 둥관에서 장난감을 생산하는 PS완구의 김형만 사장은 요즘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둥관지역 사업장의 최저임금이 770위안에서 다음 달 1일부터 920위안으로 19.4% 오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새 임금 기준으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아직 인건비가 싼 내륙지방의 산시성(陝西省) 셴양으로 일단 공장을 옮기기로 했다"며 "4~5년 뒤에는 셴양도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 업종을 아예 전환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들이 가파르게 오르는 임금과 나날이 강해지는 환경 규제로 인해 사업장을 바꾸거나 아예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노동 전문 사이트인 노동 인사망에 따르면 개혁 · 개방의 시발점인 선전의 작년 월 평균 임금은 4263위안.2001년(2162위안)에 비해 두 배 올랐다. 선전뿐 아니라 상하이 광저우 등도 최근 10년 사이 2~3배씩 임금이 뛰었다. 이에 따라 미국 인텔은 작년에 상하이에서 쓰촨성 청두로,대만 전자부품 회사인 훙하이정밀은 선전에서 후베이성 우한과 산시성(山西省) 진청으로 각각 공장을 이전했다.

후난성은 올 들어서만 납중독 사건을 일으킨 공장 3곳을 전격 폐쇄했다. 2007년 창장(長江)삼각주의 타이후 오염 사건 이후 환경오염 물질 배출 업체에 대한 초강경 조치도 끊이지 않는다. "임금이 싸고 환경 규제가 없던 중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정한영 상하이 한인회장)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선부론'에서 '균부론'으로

[차이나파워-3부 변곡점] (3) 사라지는 값싼 노동력…'高부가 비즈니스' 아니면 설땅 없다
선부론(先富論)은 중국 개혁 · 개방의 이데올로기였다. "누구든 먼저 부자가 돼도 좋다"는 덩샤오핑의 말은 1994년 노동법에 담겨 법제화됐다. 평생 고용 제도 대신 계약 고용제를 도입하고 퇴직금 없이 직원을 해고할 수 있게 하는 등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냈다. 이는 인건비 상승의 억제를 가져와 중국을 단기간에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시킨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2003년 후진타오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서면서 선부론은 균부론(均富論)으로 전환하고 있다. 후 주석은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를 통치이념으로 내걸었다. 낙후지역 개발,농민 소득 제고 등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켜 분배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2008년 시행에 들어간 신노동계약법은 그 결정판이다. 이 법은 △3회 이상 노동 계약시 종신 고용 △계약 종료시 경제보상금 지급 △사용자의 해고권 제한 등 노동자의 권익을 대폭 강화해 외자기업들의 반발을 샀다.

중국 내에서조차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창카이 중국 인민대 교수)와 "비용만 높이는 시대착오적인 법률"(둥바오화 화둥정법대 교수)이라는 의견이 맞섰지만 중국 정부는 입법을 강행했다. 장옌성 중국 국가발전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중국에서 저렴한 노동력의 장점은 지속될 수 없다"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파른 임금 상승

'조화로운 사회'를 위한 중국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다. 광둥성은 최근 광저우시의 최저임금을 860위안에서 1030위안으로 올리는 등 성 전체의 최저임금을 평균 21%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상하이와 저장성도 올해 최저임금을 각각 15%와 12% 올려 1100위안 선에 달한다. 중국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동결됐는데도 최근 5년간 평균 60% 안팎 상승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근로자 임금 인상의 촉매 역할을 했다. 상하이 시정부에 따르면 이 지역의 월 평균 임금은 10년 만에 3배 넘게 뛰었다. 1999년 1179위안에서 2009년에 3566위안(추정치)까지 올랐다. 한영규 성도건설 중국법인 상무는 "5~6년 전만 하더라도 일용직 건설근로자 일당은 40위안이었다"며 "요즘에는 120위안을 줘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있는 은행 증권 등 금융업체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이미 한국 못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다.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중국의 은행과 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연말에 1년 연봉에 가까운 보너스를 받는다"며 "한국돈으로 연봉 1억원이 넘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내에 15~24세의 젊은 노동력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돼 값싼 노동력 시장이 곧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워싱턴포스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해지는 환경규제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4조7000억달러로 세계의 8%를 차지했다. 반면 에너지 소모량 18%,철강 소비량 44%,시멘트 소비량은 53%를 각각 점유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이달 초 외자 도입 촉진책을 발표하면서 '환경오염 물질 배출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진입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모델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링샹둥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게 중국 정부의 명확한 인식이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에도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해 환경오염 기준을 초과한 1만5000여개 기업과 관련자 100여명을 처벌했다. 총 4737억위안에 달하는 156개 프로젝트에 대해 환경과 에너지문제를 들어 승인을 거부했다. 중국 최대 국영 전력회사인 화넝이 윈난성 진샤강에 짓고 있던 수력발전소 건설도 중단시켰다. 르자오철강과 웨이팡철강의 설비 확장도 불허했다.

광둥성에서는 최근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를 받아들여 50억달러짜리 석유화학 공장의 설립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중국 국영 시노펙과 쿠웨이트 국영 쿠웨이트석유가 광둥성 난사에 공동으로 건설하려던 연산 1500만t 규모 정유공장과 100만t 규모 에틸렌 플랜트에 제동을 걸었다. 자오이 화베이뎬리대 교수는 "과거에는 환경보호 당국이 이런 거대 업체에 고삐를 죌 수 없었다"며 "중국 정부가 분명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가오루시 상하이교통대 산업경제연구센터 교수는 "앞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환경보호 비용 증가로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외자기업들은 환경 친화적인 비즈니스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