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오두막 편지》《아름다운 마무리》《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진리의 말씀》《맑고 향기롭게》《숫타니파타》.지난주 교보문고가 집계한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법정 스님의 저서들이다. 법정 스님의 책은 종합 50위권에 21권이 포함됐고,특히 에세이 부문에서는 상위 20위권에 19권이 포진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지난달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 책들의 베스트셀러 행진이 가히 폭발적이다. 서점마다 법정 스님의 책을 찾는 독자들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49재 막재(終齋)를 하루 앞둔 27일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입적 직후 유명세에 따른 '반짝 인기'일 것이라던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추모 열기가 지속되면서 고인의 저서 대부분이 '부활'했다.

특히 입적 직후에는 《일기일회》 등 최근에 출간된 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스님의 대표적 산문집 《무소유》가 2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처져있던 책들이 상위권으로 대거 약진했다. 한 저자의 책이 이처럼 많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유례 없는 일로,앞으로도 좀처럼 깨기 힘든 진기록이다.

삶과 일상,죽음에 대해 성찰한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숲)는 입적 직후 한국출판인회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1위에 올라 6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입적 이후 판매량만 25만부에 달한다. 문학의숲이 낸 법정 스님의 최근 저서 6권은 입적 이후 80만부 가까이 팔렸다. 재고 부족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벗어나 있던 대표작 《무소유》는 추가 발행이 시작되자마자 치고 올라와 정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법정 스님의 책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책 자체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상과 사회를 파헤치는 날카로운 시선,비우고 버리는 무소유의 지혜를 탁월한 문장력으로 풀어내 숨가쁜 경쟁과 문명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점가의 법정 스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스님의 유지에 따라 출판사들이 연말까지만 스님의 책들을 판매하기로 합의한데다 발행 부수도 한 종당 5만부로 제한,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은 28일 오전 10시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 1만여명의 스님과 신도,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법정 스님의 49재 막재를 봉행한다. 막재가 끝나면 법정 스님이 기거했던 불일암에서 산골(散骨)의식도 거행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