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거장 정경화 "15세에 접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복귀 신고할게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손가락 부상 5년만에 컴백
바이올린의 여제가 돌아왔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62)가 내달 컴백 공연을 갖는다.
200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앞두고 왼손 둘째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 공연을 취소한 지 5년 만이다. 정씨는 내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번에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그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5년 전에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고 그래서 이 곡을 복귀 무대에서 연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람스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예요. 열다섯 살 때부터 그의 곡을 연주했죠.브람스는 천재적인 작곡가이면서도 엄청난 노력가였어요. 20대에 작곡을 시작했지만 특유의 완벽주의 때문에 협주곡은 25년 뒤에야 쓰기 시작했죠.특히 '바이올린 협주곡'의 2악장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
그동안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의 제안을 받아온 그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복귀 무대의 파트너로 택했다. 필하모니아는 EMI의 명 프로듀셔 월터 레그가 음반 레코딩을 하기 위해 만든 교향악단.카라얀 등 거장들의 음반을 남겼고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선율을 자랑한다. 그래서 필하모니아와 협연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은 완벽하게 나았지만 공연을 앞두고 걱정도 많다. 그는 "사실 이번 연주회는 자신이 없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한국 청중들과 음악을 다시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연주를 할 때 그 전,그 후도 생각하지 않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공연했죠.어릴 적에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이 사라졌고 지난 5년 동안 연주를 쉬면서 오히려 예술인으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 기교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는 시기죠."
정씨는 손을 다친 이후 연주를 멈췄지만 음악을 놓지는 않았다. 무대 대신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2007년 9월부터 모교인 줄리아드 음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가르치는 것을 천재적으로 타고난 분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제가 연주자로서 느꼈던 것들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죠.심리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특히 경험담을 많이 들려줘요. "
후학을 키우면서 '정경화재단'도 설립했다. 환경은 어렵지만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교육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인 중에 재능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같이 능력 있는 연주자는 100%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돈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제가 이렇게 무대에 다시 서는 이유 중 하나도 연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기금 마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정씨와 협연 공연에서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교향곡 4번' 등을 들려주며 3일에도 신예 피아니스트 김선욱씨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7만~25만원.(02)599-5743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