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경고 "보금자리 더이상 흔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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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양시장과 겹치지 않아
시장침체 정부탓 주장은 억지
업계, 택지 주변에 보금자리 '불만'
시장침체 정부탓 주장은 억지
업계, 택지 주변에 보금자리 '불만'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이 27일 '보금자리주택을 흔들지 말라'는 뜻으로 건설업계의 보금자리주택 정책 변경 요구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분양 대책을 보고 받으면서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은 후속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국토해양부도 이날 무분별한 주택사업 확대로 미분양 사태가 생기는 데 대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혀 일부에선 건설업계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는 집값 안정에 효과
최 수석은 이날 발간된 청와대 정책소식지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에서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민간 분양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은 지나친 우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금자리주택은 청약저축,민간주택은 청약예 · 부금 가입자에게 각각 공급되므로 수요층이 엄연히 다르다"며 "저렴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주택거래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집값이 안정되고 민간 분양가가 인하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의 지속적인 확대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가 민간 건설업계의 보금자리주택 역효과 주장을 공개 반박한 것은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최근 민간 건설업자들이 민간 분양시장의 침체를 무조건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마구잡이식 건설에 편승했던 일부 업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고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참모는 "대형 아파트로 건축 중이더라도 시장 동향에 따라 중소형으로 바꿀 수 있는 창의적인 사업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미분양이 더 심화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신뢰 위기 지적
건설업계는 최근 민간분양 위축이 정부의 '신뢰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7년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건설사들에 택지를 3.3㎡당 560만원에 공급했는데 작년 고양 원흥지구를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 3.3㎡당 260만원의 땅값에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LH가 분양한 택지지구 바로 옆에 다시 보금자리지구를 만들어 싼 값으로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하겠다는데 어떤 수요자가 삼송지구 아파트를 매입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시기를 다소 연기하거나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민간아파트 용지를 더 주고,보금자리주택 중 임대아파트 비중을 높여 민간 아파트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미분양 차단 시스템 만든다
정부와 건설업계의 시각차는 주택건설을 둘러싼 개발이익의 적정 규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2007년까지만 해도 경기 용인에서 3.3㎡당 1000만원이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아파트 건설사업을 1700만원에 분양한 사례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정부는 이처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결국 미분양 적체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 만큼 미분양 지원책을 펴더라도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는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으로 확대된 이후 각 사업장별로 영업이익을 5~7% 이상 붙이기 어렵게 됐다"며 "지금도 미분양 판매를 위해 지방에선 25~30%씩 할인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는 건설사가 만들어 놓은 미분양을 정부가 뒤처리하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미분양 예방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느슨한 주택사업자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사업승인 등 인 · 허가,자금 대출,분양 보증에 이르기까지 검증 기능을 강화해 사업성이 없는 곳은 인 · 허가와 보증 등을 제한하는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규호/홍영식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