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27일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당분간 원 · 달러 환율 1100원 선을 지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에선 그동안 원 · 달러 환율 1100원선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이며 △최근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고 △경상수지 흑자에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의 호재를 들어 추가 하락 쪽에 베팅하는 모습이었다.

이날도 원 · 달러 환율이 1103원까지 하락해 장중 1100원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었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쏠림현상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과도한 원화절상 기대감에 따라 외환시장에 쏠림현상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쏠림현상으로 인해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생명 상장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며 월말을 앞두고 달러매물이 늘어나는 상황이란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은 구두개입 시점에 대해 1100원이란 원 · 달러 환율 수준과 함께 국제금융 정책라인 교체와도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구두개입은 한국경제 성장을 위해선 비교적 높은 수준의 환율이 필수적이란 생각을 가진 최중경 전 필리핀 대사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지난달 임명된 이후 첫 구두개입이다.

시장에선 최 수석이 복귀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자 '최틀러(최 수석의 별명)의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이날 강한 톤의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분석은 쑥 들어갔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발언의 연장선상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강 위원장은 이날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투기적 요소가 큰 상황에서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이 환율에 대해 언급하려고 했으면 한꺼번에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풀이다.

박준동/서욱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