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일조량과 낮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내수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패션 의류 식품 여행 관광 가전 등 시즌 시장 전반이 영향권에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냉해성 '웨더 쇼크(weather shock)'가 5월 중순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여서 기업들의 생산 기획,재고 관리,마케팅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27일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의 일조량(3월1일~4월20일)이 40년 만에 가장 적은 247.1시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수일도 같은 기간 19.6일을 기록,비오는 날이 가장 많았다.

지역별 4월 일조량을 보면 남부지역인 대구가 220.9시간에서 132.3시간으로 급감했다. 부산은 208.0시간에서 134.6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대전은 260.2시간에서 160.1시간으로 최악의 일조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역시 210.7시간에서 146.9시간으로 해없는 날이 많았다. 4월 기온도 30년 평균치보다 2도가량 낮은 상태다. 서울은 12.1도에서 9.8도,대구는 13.8도에서 11.5도, 광주는 12.9도에서 11.4도로 떨어졌다.

일조량이 적고 비오는 날이 많았던 탓에 무 양파 등 채소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과수에 꽃이 맺히지 않아 여름과일 출하량이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상기후는 봄철에 주로 팔리는 시즌 상품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여름옷 판매에 분주해야 할 의류업체들이 2~3월에 주로 파는 약간 두터운 초봄 상품을 다시 꺼내 들었고,백화점 및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는 토마토 수박 참외 대신 오렌지 자몽 포도 등 수입 과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이맘 때 의류 브랜드의 여름 신상품 입고율이 60~7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40~50%로 떨어졌다"며 "시즌에 맞춰 상품 기획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어컨 예약판매에도 매기가 일지 않는 상태다. 하이마트 교대역지점의 경우 올 들어 4월까지 에어컨 구입 상담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감소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고전했던 지난해보다 예약판매가 줄었다"며 "고급 모델이 4월 말까지 진행하는 예약판매 시기에 주로 팔리는 만큼 올해 에어컨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난히 길고 심한 꽃샘 추위가 겹쳐 국내 여행상품 판매가 20~30% 줄었다고 이철구 웹투어 차장은 전했다.

김일규/오상헌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