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경매로 팔면 값을 높게 받는다던데 정말입니까?"

필자가 10년째 중고차 경매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때마다 대답은 한결같다. "네,경매에 내놓으시면 제값 받고 파실 수 있습니다. "

사고파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수많은 상품 중 중고차만큼 가격 결정 구조가 복잡한 것이 있을까. 연식과 주행거리,사고 유무,색상 등 상품 자체의 조건 외에도 유가,경기 상황,심지어 계절에 이르기까지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내가 타던 중고차를 팔기 위해 이 모든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것일까.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차를 파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완전 경쟁 체제의 시장,경매에 있다.

글로비스 자동차 경매장에서는 평균적으로 고객 희망가보다 10% 높은 가격에 차가 팔리고 있다. 1000만원을 받았으면 하는 판매자가 100만원을 더 받고 판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경매장을 상상해보자.한쪽에서 100만원을 부르면 다른 한쪽에서 더 큰 목소리로 105만원을 부를 것이다. 전자 경매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중고차 경매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경매 참가자들은 각자 책상에 비치된 응찰기의 버튼을 누름으로써 본인의 가격을 제시한다. 화면에는 현재 가격과 함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상태인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조용한 수면 아래서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낙찰이 결정되는 순간 본인 외에는 아무도 누가 낙찰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전자 경매에서 낙찰과 유찰을 결정하는 것은 경매 참가자의 입찰금액이 고객이 제시한 희망가격을 넘었는지 여부로 결정된다. 경매장에서 고객의 희망가는 철저히 감춰진다. 경매 시작가격은 고객 희망가보다 5%가량 낮은 수준에서 무작위로 설정된다. 경쟁을 통해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객 희망가를 넘어선 후에야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전자 경매에서 '3'이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한 번 응찰기를 누를 때 3만원씩 가격이 상승한다. 3-6-9-12 로 올라가는 숫자의 배열은 자연스럽게 경쟁에 불을 붙인다.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다. 3초라는 시간도 매우 정교하고 오묘하다. 3초간 아무도 응찰기를 누르는 사람이 없을 경우 낙찰 혹은 유찰이 결정된다.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3초라는 시간은 마지막 고민을 하기에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2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다시 경쟁이 불붙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매에 참여하는 매매업체의 고민은 오직 한가지,"이 차를 소매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는 얼마까지 써낼 수 있느냐"다. 이러한 고민은 결국 매매업체로 하여금 최대 이윤 대신 적정 이윤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최대 이윤을 고집한다면 차량 자체를 낙찰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매를 통해 차를 파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다.

글로비스 자동차경매장 부장 rjs3762@glovi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