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차(無蓋車)는 국내에서 컨버터블(Convertible),로드스터(Roadster),카브리올레(Cabriolet),카브리오(Cabrio)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지붕이 열리는 자동차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 용어지만 제조사 입맛에 따라 제각각이다. 엄밀하게 컨버터블은 지붕을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는 4도어 4인승이고,로드스터는 2인승 쿠페의 지붕이 열리는 차를 말한다. 카브리올레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컨버터블의 다른 명칭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흔히 '오픈카'로 통칭된다.

초창기 자동차는 모두 오픈카였다. 이후 1910년께 캐딜락이 지붕 덮은 차를 만들었고,자동차 사고가 늘면서 지붕이 필수 부분으로 인식돼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체 강성이 보강되고,갖가지 안전기술이 개발되면서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지붕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졌다. 여기에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오픈카의 인기가 높아졌고,지붕을 쉽게 걷어낼 수 있는 가벼운 섬유 소재의 지붕이 개발됐다. 이른바 '소프트톱'이다.

그러나 소프트톱 컨버터블은 평소 지붕이 있어도 사고가 났을 때 위험성이 컸다. 특히 충격으로 차가 구를 경우 단단하지 못한 지붕 재질로 승차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했다. 이에 따라 차츰 지붕이 차체와 같은 단단한 재질로 바뀌면서 '하드톱 컨버터블'이 등장했다. 하드톱의 경우 철 재질이라는 점에서 버튼 하나로 자동 조작할 수 있는 전동식이 함께 채택됐다.

최근 나오는 오픈카는 대부분 고성능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컨버터블은 고성능을 지향하는 차종이 아니었다. 달리기보다 '달릴 때 즐거움'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고성능을 원하는 소비자 요청에 따라 '오픈카=고성능'이 자리잡았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오픈카로 분류되는 차종의 평균 배기량은 3110㏄다. 평균 출력도 239마력이나 된다.

지붕을 열었을 때 바람 소리가 크다는 점에서 오픈카는 오디오 성능도 좋아야 한다. 자칫 음량이 부족하거나 음색이 고르지 않으면 들이치는 바람 소리에 묻히기 십상이다. 또 차체 강성도 뛰어나야 한다. 자유로움을 주는 자동차지만 이동수단이라는 기본 명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해결이 어려운 단점도 있다. 지붕을 개방한 채로 오래 달리면 귀가 멍멍해진다. 바람을 막을 수는 있지만 120㏈에 가까운 소음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소음이 105㏈ 정도임을 감안하면 섣불리 가속페달을 밟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오픈카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봄바람이 불면서 컨버터블이 눈에 자주 띈다. 경치 좋은 국도와 자동차전용도로를 한적하게 달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옆자리에 잠시 앉아 개방감을 나누고 싶을 정도다. '낯선 이'라고 경계하겠지만 컨버터블은 혼자보다 둘이 같이 타야 어울리는 맛도 있다.

오토타임즈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