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항공대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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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항공편이 거의 일주일간 결항됐는데도 유럽인들은 항의하거나 짜증 한번 안 내더라고요. 차분하고 질서있게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대기 중이던 유럽 승객들을 서비스했던 인천공항공사 임직원들은 최근 열린 평가회의에서 유럽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정리했다. 당연히 기다려야 하는 일처럼 바닥에 누워 책을 읽거나 카드게임을 하더라는 것.
이채욱 사장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유럽인들은) 초유의 항공대란에도 인내를 갖고 질서를 지키며 기다릴 줄 알았다"며 "드디어 하늘길이 열려 수속을 밟는 와중에도 인천공항이 베푼 서비스에 감사하는 내용의 벽보를 쓰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여유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귀국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을 갖거나 소란을 피울 만한데도 농성이나 불만 하나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유럽 승객들의 휴식과 잠자리를 위해 무료 개방한 인천공항터미널 2층 비즈니스센터에서 일했던 최수진 매니저는"영국인 등은 255㎡ 규모의 공간에서 100여명 넘게 함께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컴퓨터를 개인별로 30분 이내만 사용하고 소곤소곤거리며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운항 재개에 대비해 승객들끼리 양보하며 탑승순위를 정하고 노약자 등에게 탑승 우선순위를 주도록 항공사에 건의하는 아름다운 광경도 목격했다는 것.
이런 유럽인들의 모습과 달리 항공대란 당시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한국 승객들은 인천공항에서 집단적으로 항의했다. 지난 2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한 한국인 단체여행객들은 유럽에서 인천공항행 직항로가 묶이자 예약했던 국적 항공사와 협의없이 외항사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국적 항공편으로 환승해 귀국했다. 이들은 항공기가 착륙한 뒤 내리지 않은 채 자신들이 부담한 유럽~베이징 항공편 티켓값을 보상하라고 4시간 이상 기내농성을 벌였다. 한때 공항경찰들이 동원되는 험악한 사태까지 발생했다.
법률적으로 천재지변이 났을 경우 항공회사들엔 책임이 없다.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유럽인들도 과연 큰 목소리와 농성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했을지 궁금하다.
김인완 인천/사회부기자 iykim@hankyung.com
이채욱 사장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유럽인들은) 초유의 항공대란에도 인내를 갖고 질서를 지키며 기다릴 줄 알았다"며 "드디어 하늘길이 열려 수속을 밟는 와중에도 인천공항이 베푼 서비스에 감사하는 내용의 벽보를 쓰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여유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런 유럽인들의 모습과 달리 항공대란 당시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한국 승객들은 인천공항에서 집단적으로 항의했다. 지난 2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한 한국인 단체여행객들은 유럽에서 인천공항행 직항로가 묶이자 예약했던 국적 항공사와 협의없이 외항사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국적 항공편으로 환승해 귀국했다. 이들은 항공기가 착륙한 뒤 내리지 않은 채 자신들이 부담한 유럽~베이징 항공편 티켓값을 보상하라고 4시간 이상 기내농성을 벌였다. 한때 공항경찰들이 동원되는 험악한 사태까지 발생했다.
법률적으로 천재지변이 났을 경우 항공회사들엔 책임이 없다.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유럽인들도 과연 큰 목소리와 농성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했을지 궁금하다.
김인완 인천/사회부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