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개월 동안 저는 사장도 아니었어요. "

유동성 위기와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의 첫마디에는 회한이 묻어 있었다. 김 사장은 2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한마음 새출발 신제품 설명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노사협상 타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재개될 때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지난 연말부터 5개월간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 아팠다"며 "워크아웃 재개를 위해 30%가량 임금을 깎는 데 동의해 준 임직원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노조와 협력해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냈던 2004~2005년의 영화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사세가 기운 근본 원인을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2000년 이전에는 물건을 만들면 팔려나가는 시대로,생산성만 높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이 중국에 잇따라 진출한 2000년 이후에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도태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시장 트렌드에 뒤처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심는 작업을 해왔다"며 "올해부터는 지난 1년간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30일 발표하는 1분기 실적과 관련해서는 "경상이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5분기 동안 이어졌던 영업적자의 사슬은 끊었다"고 말했다. 주문이 많았음에도 불구,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문을 맞추지 못해 기대만큼의 이익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현재 확보한 수주 잔량이 3개월 보름치에 달하는 만큼 올 연말쯤엔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베트남 공장도 증설 투자가 재개되면 생산성이 높아져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2~3년 후에는 라이벌인 한국타이어와 자웅을 겨루는 단계까지 점유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금호타이어 홍콩유한공사 지분 매각과 관련,"채권단과 협의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앞으로 2주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완공 시기가 3년 늦춰진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당분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