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공교육 혁신, 아메리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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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연초에 저는 고등학교 한 곳을 골라 졸업식장에 가서 꼭 연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중략) 1000개가 넘는 지원 학교 가운데 6개 학교를 우선 골랐습니다. 학교마다 3분짜리 비디오와 짧은 에세이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았습니다. 목요일까지 투표해주시면 1등을 뽑겠습니다. "
백악관 홈페이지에 등록한 회원들에게 이 e메일을 보내온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이름을 빌어 직원이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상적인 것은 공교육 혁신이라는 정책 아젠다를 다루는 방식이다.
학교별 경쟁을 붙이고, 교사와 학생이 같이 참여하도록 하고, 최고의 우수 사례를 뽑아 벤치마킹 사례로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3분짜리 비디오를 공개해 인터넷에서 전 국민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이벤트 효과도 높였다. 이 행사의 이름도 '최고의 졸업식 유치 대회(Race to the Top Commencement Challenge)'다. 1등 학교가 발표될 때는 "대통령이 우리 학교에 온다"는 식으로 지역 뉴스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이벤트 효과만 높인 게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원 신청을 받으며 학교마다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을 어떻게 달성했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그 세 가지는 △미국내 다른 학교에 모범이 될 만한 사례를 갖고 있는가 △학생들을 학습과정에 참여시키며 개인적 책임과 학업 성과를 촉진하고 있는가 △2020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을 달성하려는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는가 등이다.
실제 최종 결선에 오른 6개 학교의 비디오를 보면 홍보성이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부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교육은 공식을 암기하는 수준을 이미 넘었다. 책임감,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95%가 대학에 진학한다. "(블루베리 노스웨스트 고등학교) "미국 유일의 해안경비 전공 학교로서 학생들이 모두 보트운전 면허를 취득한다. 대학진학률은 100%다. "(마이애미 MAST 아카데미) "우리 학교의 '약속(Promise)' 프로그램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칼라마주센트럴 고등학교) "모든 학생은 20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졸업반 학생은 40쪽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전문 멘토의 지도를 받으며 시간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클라크몬테소리 중고교)
오바마는 그동안 이런 저런 계기로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많이 언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하는 식으로 아전인수적 해석도 많았지만 사실 그가 강조한 것은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었다. 오히려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중심으로 한 공교육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드라이브를 보면 한국의 공교육을 참조하고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가는 수준으로까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엘리트 관료나 제도 중심이 아니라 일반의 참여로 답을 찾아가는 그 방식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백악관 홈페이지에 등록한 회원들에게 이 e메일을 보내온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이름을 빌어 직원이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상적인 것은 공교육 혁신이라는 정책 아젠다를 다루는 방식이다.
학교별 경쟁을 붙이고, 교사와 학생이 같이 참여하도록 하고, 최고의 우수 사례를 뽑아 벤치마킹 사례로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3분짜리 비디오를 공개해 인터넷에서 전 국민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이벤트 효과도 높였다. 이 행사의 이름도 '최고의 졸업식 유치 대회(Race to the Top Commencement Challenge)'다. 1등 학교가 발표될 때는 "대통령이 우리 학교에 온다"는 식으로 지역 뉴스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이벤트 효과만 높인 게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원 신청을 받으며 학교마다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을 어떻게 달성했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그 세 가지는 △미국내 다른 학교에 모범이 될 만한 사례를 갖고 있는가 △학생들을 학습과정에 참여시키며 개인적 책임과 학업 성과를 촉진하고 있는가 △2020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을 달성하려는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는가 등이다.
실제 최종 결선에 오른 6개 학교의 비디오를 보면 홍보성이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부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교육은 공식을 암기하는 수준을 이미 넘었다. 책임감,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95%가 대학에 진학한다. "(블루베리 노스웨스트 고등학교) "미국 유일의 해안경비 전공 학교로서 학생들이 모두 보트운전 면허를 취득한다. 대학진학률은 100%다. "(마이애미 MAST 아카데미) "우리 학교의 '약속(Promise)' 프로그램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칼라마주센트럴 고등학교) "모든 학생은 20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졸업반 학생은 40쪽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전문 멘토의 지도를 받으며 시간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클라크몬테소리 중고교)
오바마는 그동안 이런 저런 계기로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많이 언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하는 식으로 아전인수적 해석도 많았지만 사실 그가 강조한 것은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었다. 오히려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중심으로 한 공교육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드라이브를 보면 한국의 공교육을 참조하고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가는 수준으로까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엘리트 관료나 제도 중심이 아니라 일반의 참여로 답을 찾아가는 그 방식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