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나 밀 등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펩타이드 아미노산 등을 이용한 '발효 소재(素材)'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울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당장 올해 전체 매출을 작년보다 20%가량 많은 22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사진)은 28일 "지난 64년간 쌓아온 식품 발효기술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샘표식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발굴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의 사업군 다각화 구상에는 국내 간장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고민이 깔려 있다. 간장 부문이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샘표식품은 작년 말 현재 간장 시장점유율 50%를 차지,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간장 매출규모(1151억원)는 전년에 비해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필동 샘표식품 회의실에서 만난 박 사장은 노타이 차림에 시종 미소를 띤 표정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지만,발효 기술력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했다. "발효식품의 품질 경쟁력은 단연 앞선다고 봅니다. 앞으로 발효 관련 신소재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사업화하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그는 내달 4일 정식으로 공개할 '연두'라는 이름의 천연 조미료가 발효소재 연구를 통해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콩을 발효해 아미노산을 뽑아낸 이 제품은 인공 조미원료인 MSG(L-글루탐산나트륨)가 전혀 없으면서도 맛은 종전 천연 조미료보다 풍부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MSG가 대부분인 화학조미료(1세대),MSG 함량을 줄인 다시다(2세대),MSG를 쓰지 않은 천연 조미료(3세대)에 이은 '4세대 조미료'라고 불렀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양분하고 있는 연간 2000억원대의 국내 조미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박 사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판매에 들어간 '백년동안'이란 흑초 제품도 발효기술(현미를 3단계에 걸쳐 발효시킴)을 활용한 것"이라며 "지난해 50억원 선이었던 이 제품의 매출 목표를 올해 1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고 전했다.

2008년 소재영업 조직을 신설,발효 신소재 개발을 본격화해 온 샘표식품은 올해 소재 생산시설 확충에만 3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발효 소재 연구개발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전체 500여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 관련 직원이 1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이어트 당뇨 혈압 등에 효능이 있는 펩타이드(아미노산 덩어리)도 콩 등의 발효를 통해 확보한 상태라며 상품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발효 신소재 관련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올해 매출목표도 작년(1841억원)보다 20% 많은 2200억원으로 잡았다. 박 사장은 "발효 흑초는 지난해 출시 이후 매출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 이번 천연 맛소재도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모두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여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07년 적대적 인수 · 합병(M&A) 공격을 받은 뒤 4년간 갈등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마르스제1호사모투자전문회사'(마르스펀드)에 대해선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는 등의 타협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년 전 외부의 의혹 제기 등으로 인해 국세청의 특별조사까지 받았으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마르스 측이 원하는 '주식 고가 매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말 현재 박 사장(지분율 16.46%)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3.91%이며,마르스펀드는 29.97%의 주식을 갖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