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자에 대한 등록 요건이 완화되고 LPG 판매지역 제한 규제가 사라진다. 또 지난 27년간 유지된 농협의 군납우유 독점공급권이 깨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20개의 진입규제 완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다. 이번 규제 완화는 지난해 9월 26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진입규제 완화의 속편격이다.

규제 완화의 주 타깃은 서비스업과 공적독점(공기업 독점) 부문이다. 이들 부문의 경우 규제 완화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진입 규제를 10% 줄이면 7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LPG 산업 경쟁 촉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LPG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 철폐다. 우선 LPG 판매지역 제한이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용기에 담긴 LPG나 프로판가스의 경우 특정 허가지역(광역시 · 도)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그 결과 지역 독점에 따른 가격 상승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 문제가 됐다. 실제 현재 20㎏ 용기에 담긴 프로판가스 가격의 경우 서울 서초구는 3만8000원,경기 안양은 3만4000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역별로 LPG 가격은 최대 10%가량 차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이 같은 문제가 사라지고 지역 간 경쟁이 촉진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연간 140억~400억원가량 이득을 볼 것이란 게 공정위 분석이다.

LPG 수입업자에 대한 등록 요건 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금은 LPG 수입업자가 되려면 내수판매 계획량 대비 35일분을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이 있어야 한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힘들었던 것.앞으로는 저장시설을 공동으로 빌려쓰는 게 가능해진다. 또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의 비축시설 임대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다.

이에 따라 현재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나눠 갖고 있는 국내 LPG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위는 신규 사업자가 참여하면 경쟁이 촉진돼 LPG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 경쟁력 강화

제주항공 등 저가 항공사들이 항공기 이착륙 시간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참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승객들이 선호하는 이착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항공사 경쟁력의 관건"이라며 "저가 항공사도 편리한 시간대로 이착륙 시간을 옮길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매시장 법인과 이 법인에서 물건을 낙찰받아 소매상에 공급하는 중도매인 간 전속거래 관계도 해체된다. 이 같은 전속관계 때문에 도매시장 법인들이 우수한 출하 상품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농민에게 주는 수수료를 낮추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의약품 분류 제도도 개선된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약국에서만 파는 일반의약품을 재분류해 안정성이 확인된 제품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게 된다. 현재 제약사 · 의사 · 약사 관련 단체로 제한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신청 권한은 소비자단체까지로 확대된다.

휴양 · 콘도미니엄업 등록 기준이 객실 '50실 이상'에서 '30실 이상'으로 완화된다.

◆농협의 군납우유 독점공급권 깨진다

공기업이 독점하던 영역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군납 우유 사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게 대표적이다. 농협은 지난 27년간 군납우유 공급권을 독점했다. 앞으로는 단계적으로 민간 유가공업체도 군납이 가능해진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전담하고 있는 서해대교 등 1종 시설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권한은 2015년까지 점진적으로 민간에 개방된다.

서기열/이정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