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종 대표주 삼성생명이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시가총액 22조원. 기업공개 시장에서 '거대 공룡'으로 꼽히는 삼성생명 상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3~4일 진행되는 공모주 청약에는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공모가 11만원, '싸진 않아' 시장의 관심을 반영하듯 삼성생명 공모가는 11만원에 결정됐다. 공모가 결정에 앞서 실시된 수요예측에서는 기관들의 경쟁률이 9.1대 1을 기록했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이라 해도 11만원이라는 공모가는 시장 전망보다 높은 수준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인 9만~11만5천원에서도 상단에 해당된다. 시장에서는 삼성화재 내재가치를 고려한 삼성생명의 적정 가격이 10만3천원 선이라고 분석해왔다. 특히나 상장 이후 투자 매력을 감안하면 9만원에서 9만5천원 선이 가장 매력적인 가격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데 대해 보험업종 대표주라는 프리미엄이 반영된데다 기관들 사이에 경쟁이 붙으면서 공모가가 높아진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생명은 "희망 공모가 상단에서 가격이 정해졌다는 것은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생명보험사 1위라는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삼성그룹 내 삼성생명의 비중과 역할을 생각하면 '업종 1위' 프리미엄에 '삼성'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는 게 무리는 아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있어 허리 역할을 하는 계열사인 만큼 상장 이후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기대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청약할까 말까, 성공확률은 '50대50'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다음달 3일과 4일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일반청약 물량은 888만7천여주로 전체 주식의 20%에 해당한다. 총 공모물량 4천443만7천주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에게 40%, 국내 기관에 20%, 일반 청약 20%, 우리사주조합에 20%가 배정된다. 이번 청약은 구주 매출 방식 공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음달부터 개시되는 청약 일정은 예정대로 무난히 진행, 12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는 4월 말일까지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5월 3일과 4일 청약을 거쳐 7일까지 납입을 완료해야 한다. 청약은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동양종금증권,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에서 가능하다. 청약일이 다음주 초로 다가왔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고민이 깊다. 공모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잡히면서 상장 이후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 점쳐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삼성생명 공모가 11만원을 전체 주식으로 곱하면 시가총액이 22조원에 달하는데,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금융지주사에 육박하는 수준인지라 저울질이 쉽지 않다. 공모가가 비싸도 '삼성 그룹 핵심 계열사'라는 프리미엄에 무게를 더 둬야 할지, 그렇다고 금융지주사보다 비싼 보험사 주식을 사야하는 것인지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시가총액 22조원이면 코스피시장에서 6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4위인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22조5천억원대로 한 발짝 앞서있고, 후발 지주사인 KB금융지주는 시총이 21조5천억원 수준이어서 삼성생명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높은 공모가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새로 상장하는, 그것도 삼성 계열 대형 금융주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영증권은 삼성생명이 9월 코스피200 지수에 특례편입될 가능성 등 단기 수급호재가 충분한 상황인 만큼 주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코스피200지수 종목은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기준으로 매년 6월 한차례 정기적으로 변경하는데, 상장 후 30영업일 동안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1% 이상, 거래대금이 업종내 상위 85% 이내에 해당할 경우에는 특례 편입이 가능하다. 3월과 6월, 9월, 12월 1년에 네 번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다음날에 특례편입이 이뤄지는데, 가장 가까운 편입 가능일인 6월 11일까지는 삼성생명이 상장후 거래일 30일이 되지 않아 편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코스피200지수 편입은 9월 이후에나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부증권은 내재가치로 봤을 때는 공모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며 다만 상장 이후 단기 내에는 주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싼 가격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이 상장 후 차익매물을 크게 내놓을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매수세가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공모가가 워낙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동부증권은 "버블까지는 아니지만 공모가가 다소 높은 편"이라며 "공모주를 산다면 상장 후 투자수익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1만원대는 유럽 생보사와 비슷한 밸류에이션으로 국내 업종 대표주의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모가 수준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배 수준에 그치는 만큼 투자 매력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삼성생명의 시가총액 규모 만으로는 은행주와 경쟁 내지는 비교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익성과 안정성에 있어 보험과 은행의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공모가가 높았는데도 공모주를 청약했다가 '물린' 고객들이 많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6년 2월 상장된 롯데쇼핑은 상장 5년째를 맞고 있지만 그동안 주가가 공모가액인 40만원을 넘긴 적이 몇 번 없었다. 올해 들어서는 30만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모가 책정 당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사실로 입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는 결국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쉽게 예측하기 어렵고, 공모가 역시 다르지 않다. 적정한 수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기업의 내재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잘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