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이용하기 위해 집이나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원정을 가는 운전자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ℓ당 휘발유값이 1700원대 중반에 달하면서 '짠돌이 운전자'들이 늘어난 것.

하지만 ℓ당 10~20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운전자들도 타이어에 대해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다. 타이어 관리가 기름값에 미치는 영향이 숫자로 드러나지 않다 보니 무심코 지나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슨 타이어를 쓰느냐,타이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연비가 10% 이상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타이어가 '기름 도둑'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어를 잘 관리하면 승차감이 나아지고 타이어 수명도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타이어 관리가 곧 돈

봄이 됐음에도 불구,겨울용 스노 타이어를 쓰고 있다면 당장 사계절용이나 여름용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겨울용 타이어는 눈 또는 빙판길 주행에 적합하도록 부드러운 고무를 쓴다. 바퀴 표면에 파져 있는 홈도 많다. 주행시 노면을 움켜쥐어 마찰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설계인 것.이 같은 특징을 갖춘 스노 타이어로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송진우 브리지스톤 코리아 차장은 "스노 타이어는 속도지수가 낮기 때문에 눈길이나 빙판길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회전할 때 발생하는 열이 일반 타이어에 비해 높다"며 "연료 효율도 떨어지고 소음도 크다"고 설명했다.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는 차량은 전체 차량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부족하면 열이 발생하고 고무가 약해진다. 반대로 공기압이 과하면 완충 능력이 떨어져 승차감이 나빠지고 차체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연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타이어 위치를 수시로 바꿔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불규칙한 타이어 마모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전륜 구동 자동차는 앞쪽에 엔진이 있고 운전석과도 가까워 뒤쪽보다 힘을 많이 받는다. 자연스럽게 타이어도 더 많이 닳는다. 1만㎞가량 주행하고 앞과 뒤 타이어를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마모 진행 정도도 종종 확인해봐야 한다. 타이어 옆을 보면 6군데에 삼각형 표시가 있다. 삼각형을 살펴보면 돌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마모한계 표시'다. 타이어가 마모돼 이 표시가 외부로 돌출하면 즉시 새 타이어로 바꿔야 한다. 승용차용 타이어의 마모 한계 기준치는 1.6㎜.이보다 마모 정도가 심하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기준치인 1.6㎜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시속 100㎞ 속도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거리가 정상 타이어보다 30m 이상 늘어난다.

◆연비 절약 타이어의 효과는?

완성차에 장착돼 나오는 타이어는 차량에 맞게 따로 설계한다. 다른 차종의 타이어와 바꾸어 끼우면 성능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장착 타이어가 최고의 품질을 내는 것은 아니다. 완성차 업체의 가격 제한선을 지켜야 하는 만큼 최고의 재료와 기술을 동원하기는 무리라는 게 타이어 제조사들의 설명이다. 대안은 프리미엄 기능성 타이어다. 차량과 궁합이 맞으면서 품질도 개선한 제품을 의미한다. 가격은 기본 장착형보다 10~20%가량 비싸지만 연비와 승차감 등이 개선된다.

프리미엄 타이어 중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저연비 타이어다. 한국타이어의 '앙프랑',금호타이어의 '에코윙' 등이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앙프랑은 회전 저항을 21%가량 낮추는 방법으로 기름값을 줄인다. 시속 110㎞로 연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6%가량 연비 개선 효과를 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중형차용은 16만원,준중형차용은 13만원 선이다.

금호타이어 에코윙도 기존 제품보다 연비를 12%가량 높여준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기아 로체 2.0 가솔린 모델을 타는 소비자가 연간 2만㎞를 운행했을 때 연간 14만6545원(휘발유 가격 ℓ당 1650원 기준)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타이어 가격 차이보다 연비 개선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고 말했다.

승차감 개선에 중점을 둔 제품으로는 한국타이어의 'SF옵티모',금호타이어의 '엑스타LE' 등이 있다. 대개 가격이 비싼 중대형 차량 운전자들이 이 제품들을 찾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