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실수도 비즈니스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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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노피제약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벌써 20여년 전의 일화이다. 하루는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일본 굴지의 유통회사에서 미팅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당시 나는 E.T.P(European Training Program) 프로그램의 멤버로 뽑혀 일본에 온 이래 여러 건의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키며,사내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혈기왕성하고 거칠 것 없었던지라 전화를 받자마자 앞뒤 잴 것 없이 단번에 OK를 했다. 마침 비슷한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사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며칠 밤을 새우며 방대한 자료들을 뒤지는 등 누가 봐도 만족할 만한 자료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도 했다.
미팅 당일 그 회사에 도착해 회의실 문을 여는 순간 나도, 상대방 회사 사람들도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단순히 실무자들만 참석하는 미팅으로 이해했는데 상대방 회사에서는 사노피와의 공식적인 첫 미팅이라고 생각해 오너부터 임원까지 모두 참석했던 것이다.
오너 및 임원이 전부 나온 그쪽에선 사노피에서도 당연히 임원들이 올 줄 알았는데 회의실로 들어온 사람은 머리도 짧게 깎은,젊은 프랑스인이 아닌가! 게다가 나는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갔던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빚어진 일이지만,상대방 회사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준비해온 자료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냉정을 찾은 덕분인지 다행히 결과는 좋았고 계약은 성사될 수 있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지만,나는 그날의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나라에서 일할 때는 그 나라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경험은 내가 낯선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AXA손해보험을 인수해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수도 비즈니스의 일부이며,아무리 우수한 CEO(최고경영자)라도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실수했다고 생각될 때는 되도록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져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진정한 영웅은 항상 실수에 의해 탄생한다(The real Hero is always hero by mistake)"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실수를 계기로 주저앉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수를 큰 기회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어떤 길을 가느냐는 결국 본인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작은 실수에 실망하지 않고 유사한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냉철한 자기 반성을 한다면,그 실수는 곧 그 사람을 훨씬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 마르시아 AXA손해보험 대표이사 guy.marcillat@axa.co.kr
혈기왕성하고 거칠 것 없었던지라 전화를 받자마자 앞뒤 잴 것 없이 단번에 OK를 했다. 마침 비슷한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사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며칠 밤을 새우며 방대한 자료들을 뒤지는 등 누가 봐도 만족할 만한 자료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도 했다.
미팅 당일 그 회사에 도착해 회의실 문을 여는 순간 나도, 상대방 회사 사람들도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단순히 실무자들만 참석하는 미팅으로 이해했는데 상대방 회사에서는 사노피와의 공식적인 첫 미팅이라고 생각해 오너부터 임원까지 모두 참석했던 것이다.
오너 및 임원이 전부 나온 그쪽에선 사노피에서도 당연히 임원들이 올 줄 알았는데 회의실로 들어온 사람은 머리도 짧게 깎은,젊은 프랑스인이 아닌가! 게다가 나는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갔던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빚어진 일이지만,상대방 회사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준비해온 자료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냉정을 찾은 덕분인지 다행히 결과는 좋았고 계약은 성사될 수 있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지만,나는 그날의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나라에서 일할 때는 그 나라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경험은 내가 낯선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AXA손해보험을 인수해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수도 비즈니스의 일부이며,아무리 우수한 CEO(최고경영자)라도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실수했다고 생각될 때는 되도록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져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진정한 영웅은 항상 실수에 의해 탄생한다(The real Hero is always hero by mistake)"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실수를 계기로 주저앉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수를 큰 기회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어떤 길을 가느냐는 결국 본인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작은 실수에 실망하지 않고 유사한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냉철한 자기 반성을 한다면,그 실수는 곧 그 사람을 훨씬 더 큰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 마르시아 AXA손해보험 대표이사 guy.marcillat@ax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