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로치 모건스탠리 회장 "韓 정부, 기준금리 인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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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가 필요한 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에 대해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혜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은 금융위기 수년 전부터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선진국 중심 수출에서 개도국 중심으로 전환해왔으며, 금융위기 때에도 이를 통해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행 및 정부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로치 회장은 "현재 금리 수준은 비상상황에 적합한 수준"이라면서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선 지금 그 회복세가 미약하다 할지라도 속도에 맞춰 금리가 인상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출구전략을 너무 늦게 시행한다면, 주식시장 버블이 나타났던 2003년과 2007년의 실수를 또 한번 반복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럽국가들의 신용 리스크에 대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세계 경제 회복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봤다.
로치 회장은 "현재 그리스 문제는 일회적·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다"라며 "과거 세계가 금융위기 직후 전개됐던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그리스에서 출발해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가 영향권에 들었으며, 경기호황기에 재정정책을 균형있게 꾸리지 않으면 불황기에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에 대해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보다는 내수 부양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치 회장은 "내수에 비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아시아 경제가 최근 상황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며 "일본이나 한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외 환경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높은 실업률로 미국의 소비성장이 몇년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 공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을 위해 자국의 내수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면서 "특히 이런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로치 회장은 앞으로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중국의 내수 부양 정책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중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중국 무역 비중이 큰 한국은 이런 움직임에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은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로의 중심 이동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수출재, 에너지, 그린기술 등의 수출에 청신호"라고 판단했다.
로치 회장은 모건스탠리 아시아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25년간 모건스탠리 시니어 및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월가의 영향력 있는 리더로 명성을 얻었다.
이날 그는 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한 저서 '넥스트 아시아: 새로운 백년을 이끌 거대한 도전'을 한국어로 출간하고 첫 선을 보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