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교훈의 보고(寶庫)다. ' 하지만 그 창고는 복잡한 사건이나 사례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창고 속에 쌓여 있는 인물이나 사례들을 정리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일은 만만치 않다.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경영학)가 쓴 《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가 바로 그런 책이다. 역사 속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11인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를 정리한 책인데,11인의 목록에는 한비자,마키아벨리,비스마르크,제갈공명,공자,율리우스 카이사르,부처,보조국사 지눌,이순신,처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생존 인물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뿐이다.

'남이 나를 위해 착하게 굴 것을 기대하지 마라.' 《한비자》의 한 구절로 이 책은 시작된다. 《한비자》의 전편에는 철저한 인간 불신의 철학이 흐른다. 그래서 "굳이 세상사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명료하다.

"부하는 늘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기회만 있으면 상사의 비위를 맞춰 이익을 꾀하려 하고,틈만 있으면 상사를 제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으려 한다. 그래서 상사는 방심해서는 안 되고,틈새를 보여서는 안 된다. "

한비자의 메시지는 부정을 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분명한 교훈을 던진다. 그것은 마지막에 기댈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인간불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법(法),술(術),세(勢)로 이뤄지는 한비자의 통치이론이 등장하게 된다. 법을 운영하고 부하를 통제하는 '술'과 관련된 노하우는 모두 다섯 가지의 실용적인 제안들로 정리돼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조언이구나' 하고 무릎을 칠 대목이 많다.

고전은 고루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격을 크게 줄여놓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대부분 현대경영학에서 말하는 인사관리 및 리더십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인사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함께 일할 각료를 선임하는 것은 군주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얼마나 좋은 사람들을 고르느냐는 바로 군주의 안목에 달려 있다. 군주의 주변 사람들이 무능하면 백성들은 군주를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

변화무쌍한 시대에 스스로 생존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조언한다. "어떤 사람이 신중하고 참을성 있게 처신하고,그의 행동방식이 시대와 상황에 부합하면 그는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그는 몰락하게 된다. "

불행히도 성공이 반복되다 보면 마음도 몸도 조직도 굳어지게 된다. 그래서 한때의 승자는 또 다른 시대의 패자가 되기도 한다. 또 영광의 정점에 섰던 조직도 그 정점이 몰락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시기였다는 사실을 수많은 조직의 부침으로부터 배우게 된다.

자신을 몹시 싫어하는 상사를 26년간 모신 부하가 있다면 놀랍지 않은가. 그 주인공은 독일 황제 빌헬름 1세 밑에서 26년간 재상을 지낸 비스마르크 총리다. 그는 황제의 장 · 단점과 취미,주변 사람들을 관찰할 결과를 충분히 활용했으며 늘 황제가 자신을 절실히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역사적 인물들의 삶이나 리더십에서 어떤 부분을 부각시킬 것인가는 작가의 역량에 달렸다. 고전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용적으로 잘 다듬은 저자의 역량과 솜씨가 뛰어나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