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 최고의 신이자 절대자라고 불렸던 나라야나는 자신이 창조한 우주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신성한 존재를 창조해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창조물을 보고 감탄했다. "오,비슈누! 너는 모든 생명체의 뼈대가 되어라.너는 항상 세계의 보호자가 되어라.너는 모든 인간이 흠모하는 대상이 되어라.너는 전능한 신이 되어라."

이 창조물이 바로 '창조의 신' 브라마,'파괴의 신' 시바와 함께 힌두교의 삼신(三神)인 비슈누다. 비슈누는 악마들이 브라마를 파괴하려 할 때 그들을 죽이고 브라마를 구했다. 이로부터 '보호의 신'으로 불리게 된 비슈누는 우주 질서가 위협받을 때마다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10가지의 아바타(화신)로 나타난다. 물고기로 현신한 마스트야,거북이 쿠르마,멧돼지 바라하,사자인간 나라싱하,난쟁이 버마나,깨달은 인간 붓다….

《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은 이처럼 동양신화의 보고(寶庫)인 인도 신화와 신들의 이야기를 150점의 인도민화를 매개로 설명해준다. 책에 실린 민화들은 인도미술을 전공한 저자가 20여년 동안 공들여 수집한 희귀 작품들로,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형상은 물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도 신화는 크게 베다 신화와 힌두교 신화로 나뉜다. 베다시대의 신들은 기원전 2000~1500년 사이에 아리안족이 인도 서북부로 이주하면서 형성된 종교문헌인 《베다》에 나온다. 베다 신화에서는 주로 자연물을 신격화해 숭배했다.

《베다》의 다신교 신앙은 이후 다양한 변화를 거쳐 일원론적 다신교로 발전한 힌두교 신앙으로 성장했다.

힌두교의 다양한 신들은 사실 이름만 다를 뿐 하나다. 우리에게 알려진 수많은 인도의 신은 대부분 기원전 300년에서 기원후 300년 사이 힌두교와 함께 등장했다. 이렇게 많은 인도신화에는 탄생과 죽음,행복과 불행,정의와 음모,희생과 배신,축복과 저주,진실과 거짓,평화와 전쟁,성자와 악마 등 삶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도인들에게 민화 그리기는 신을 명상하고 기도를 바치는 하나의 의식이며 일상의 한 부분이다. 가령 인도 동북부 미티라 지방의 여인들에게 민화 그리기는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거나 천에 수를 놓는 일과 같고,서북부의 왈리 부족에게 그림은 일상을 기록하는 그림일기이자 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의 표현이다.

저자는 이 같은 설명을 토대로 하나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신들,비슈누의 아내이자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락슈미와 같은 여신들,수리야(태양의 신) · 아그니(불의 신) · 인드라(비의 신)와 같은 자연신과 자연예찬,신과 인간이 공존하거나 하나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교육과 문화의 여신인 사라스바티가 브라마의 아내가 된 사연,동물들의 물그릇에도 늘 물을 비우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된 자연숭배 · 자연예찬,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신인 가네샤가 우스꽝스러운 코끼리 머리를 가지게 된 사연 등이 꼬리를 문다.

특히 욕심 많은 호랑이,은혜 갚는 새,부자가 된 농부 등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고 자비와 지혜를 강조하는 권선징악형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정서와 상통한다. 또한 신들의 사랑과 고뇌는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도신화는 단지 인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 신화의 세계이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통해 인류가 쌓아온 지혜의 보고"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