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선점을 목표로 한 국가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신성장 산업 분야에 있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국가적 명운을 건 채 진행중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해외 기업, 특히 일본 기업에 대한 인수 · 합병(M&A)을 통해 보다 빨리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침체된 일본의 경제여건을 M&A를 위한 호기로 받아들이는 데다,중국 기업들의 일본 미국 등지에서의 활발한 M&A 소식이 '우리가 한발 늦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정부나 언론에서 강조하는 대목은 M&A를 포함한 해외 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해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진출 기회를 늘리자는 것이지 꼭 M&A 자체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M&A란 상대 기업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한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꿔 일본이나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해서 유 · 무형 자산을 자신의 나라로 이전해 가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성공적인 해외 M&A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지 알 수 있다. 물론 현지 경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 · 중견기업에서 주도하는 제조업 분야의 M&A가 현지 경영을 목표로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지속적 투자와 고용에 대한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팔려는 입장에서도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은 거래다.

과거 한 · 일 간의 협력모델은 수직적 파트너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M&A가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신성장 분야에 있어 이 모델은 더 이상 최선은 아니다. 연구개발,시장 확보 등에 있어 수평적 협력기회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과 기술의 융 · 복합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어느 일방이 모든 기술의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고 상호 보완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EU 북미 등 경제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은 두 나라 공히 필요한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은 향후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일환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교류와 협력의 모델이 필요하다. 그것의 하나가 인수 · 합병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신산업분야의 젊은 기업,기업인들 간의 소통이 그것이다. 양국에는 공히 신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기술과 기업 및 기업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간에는 아직 어떠한 네트워크도, 소통도 없다. 소통이 없기에 왜 한국과 일본이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의 공유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래의 협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기존 대기업이나 정치인 중심의 네트워크로는 부족하다.

매년 한국과 일본의 주목받는 신산업분야의 기업 · 기업인을 100인씩 선정하고,이들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한국이 리더십을 가지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이 매년 서울과 도쿄 등에서 만나 한 · 일 간의 협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양국의 신산업분야에 있어서의 협력은 세계기술 선도력을 유지하고 기술표준을 유도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서로 인식할 필요성이 크다. 이런 기반 위에 소모적인 기술개발 경쟁이나 시장개척보다는 기술공유(Technology Pooling)나 공동기술개발 또는 공동시장개척 같은 새로운 한 · 일 기업간 교류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앞으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이끌어 갈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들이 모여 아시아지역 기술혁신형 기업 간의 제휴방안과 세계시장 진출전략,글로벌 투자유치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면 전 세계적 투자자들의 관심도 끌 수 있을 것이고 M&A도 소리 없이 늘어날 것이다.

신순식 < 부품·소재투자기관協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