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황금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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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하면 프랑스를 따라갈 나라가 없다. 이미 70여년 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이젠 근로시간을 주 35시간까지로 줄였다. 어지간한 회사의 근로자는 1년에 140여일을 쉬는 게 보통이다. 공휴일 수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지만 여름 휴가를 내리 한 달 정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도시가 텅 빈다는 뜻의 '바캉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주(州)별로 날짜가 달랐던 미국의 법정공휴일이 통일된 때는 1971년이다. 10개 공휴일 중 5개의 날짜를 해당 기념일에서 가장 가까운 월요일로 지정했다. '메모리얼 데이'만 해도 뉴욕주 5월30일,조지아주 4월26일 등으로 달랐던 것을 5월 마지막주 월요일로 단일화했다. 토 · 일요일을 합쳐 사흘 동안 쉬도록 한 것이다.
일본도 미국과 비슷하게 2000년부터 법정공휴일 4개를 월요일로 바꿨다. 공휴일이 토 ·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에 쉬고 공휴일 사이에 낀 평일도 휴무로 했다. 올해도 29일(일왕 탄생일) 5월3일(제헌절) 4일(식목일) 5일(어린이날)이 공휴일이어서 일주일간의 '황금연휴'를 맞는다. 눈 딱 감고 5월 6,7일 휴가를 내면 무려 11일을 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중국 노동절(5월1~3일)이 겹쳐 우리가 관광특수를 누리게 됐다고 한다. 지난 24일부터 5월4일까지 한국을 찾는 일본 · 중국 관광객이 15만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8% 증가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휴일도 한 해 118일로 적은 편은 아니다. 미국의 114일보다 많다. 하지만 토 · 일요일과 법정공휴일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쉬는 날은 줄어들곤 한다. 올해도 설과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이 토 · 일요일과 겹쳐 있다. 문화부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체 휴일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고,추석 · 설 연휴가 주말과 겹치면 나흘을 쉬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벌써 쉬는 타령이냐는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선진국으로 가기도 전에 '놀자'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휴일을 도입하는 대신 업무효율을 높이는 묘안을 짜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한 만큼 쉬고,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일본 중국 등 이웃들이 황금연휴를 맞아 대거 여행에 나선다니 우리만 소외되는 게 아닌가 아쉬워서 해보는 소리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주(州)별로 날짜가 달랐던 미국의 법정공휴일이 통일된 때는 1971년이다. 10개 공휴일 중 5개의 날짜를 해당 기념일에서 가장 가까운 월요일로 지정했다. '메모리얼 데이'만 해도 뉴욕주 5월30일,조지아주 4월26일 등으로 달랐던 것을 5월 마지막주 월요일로 단일화했다. 토 · 일요일을 합쳐 사흘 동안 쉬도록 한 것이다.
일본도 미국과 비슷하게 2000년부터 법정공휴일 4개를 월요일로 바꿨다. 공휴일이 토 ·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에 쉬고 공휴일 사이에 낀 평일도 휴무로 했다. 올해도 29일(일왕 탄생일) 5월3일(제헌절) 4일(식목일) 5일(어린이날)이 공휴일이어서 일주일간의 '황금연휴'를 맞는다. 눈 딱 감고 5월 6,7일 휴가를 내면 무려 11일을 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중국 노동절(5월1~3일)이 겹쳐 우리가 관광특수를 누리게 됐다고 한다. 지난 24일부터 5월4일까지 한국을 찾는 일본 · 중국 관광객이 15만명에 달해 지난해보다 8% 증가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휴일도 한 해 118일로 적은 편은 아니다. 미국의 114일보다 많다. 하지만 토 · 일요일과 법정공휴일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쉬는 날은 줄어들곤 한다. 올해도 설과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이 토 · 일요일과 겹쳐 있다. 문화부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체 휴일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고,추석 · 설 연휴가 주말과 겹치면 나흘을 쉬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벌써 쉬는 타령이냐는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선진국으로 가기도 전에 '놀자'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휴일을 도입하는 대신 업무효율을 높이는 묘안을 짜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한 만큼 쉬고,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일본 중국 등 이웃들이 황금연휴를 맞아 대거 여행에 나선다니 우리만 소외되는 게 아닌가 아쉬워서 해보는 소리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