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몰 위주로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구성됐던 복합 상가들이 진화하고 있다. 초대형 디지털 아쿠아리움(수족관)이나 4차원 입체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하거나 의류 관련 점포를 아예 빼고 디지털,식 · 음료,공연 등 '플레이몰'로만 꾸미는 상가들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분양 상황에 처한 상가 시장이 디지털 및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9일 건설업계 및 상가개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수도권에서는 기존 패션몰과 차별화되는 복합상가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입체 영상을 주제로 한 게임방과 체험 · 놀이시설만으로 구성된 디지털 플레이몰형 복합 상가도 건설 중이다.

인천 남동구 논현지구에서 분양 중인 '지존(G-Zone)'은 패션 · 잡화 등 패션몰형 점포를 모두 배제시켰다. 지상 12층에 연면적 2만6400㎡짜리 건물 전체를 디지털 관련 놀이시설과 식 · 음료 매장으로만 꾸몄다.

층별로 개별 주제를 정해 4D 입체영화관과 300억원이 투입되는 최신 게임존,로봇전시관,스카이다이빙 체험관 등 다양한 디지털 놀이시설을 갖추게 된다. 놀이시설과 식 · 음료 매장 등이 입점하는 공간의 분양가는 점포당 7400만~1억2000만원 선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6년간 연 8~12%의 임대수익 보장이라는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

지존 관계자는 "설계 단계부터 '패밀리 디지털 파크 컨셉트'를 적용했기 때문에 내년 5월 개장하면 국내 최초의 디지털 테마 상가로 관심을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 내 '유스페이스몰'도 이색 복합상가로 투자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상징 시설로 초대형 '디지털 아쿠아리움'을 넣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수족관으로 관람객이 바다 속을 걸어 다니는 듯한 체험공간으로 꾸며지는 게 특징이다. 실물 같은 16m짜리 초대형 고래를 비롯 수백 종의 해양 어종이 공개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첨단 장비를 통한 맞춤 치료와 의료기구 구매 등이 가능한 U-헬스케어 공간도 배치된다. 상가 분양가는 3.3㎡당 1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유스페이스몰 관계자는 "기존 쇼핑몰이 쇼핑 · 휴식 등을 포함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유스페이스몰은 건강 · 놀이 개념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즐거움이 커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부평의 '유써클'도 플레이몰형 복합 상가다. 대부분 점포들이 디지털 게임 · 영상 · 놀이시설로 구성됐다. 유써클은 잡화 · 식음료 · 영화관 등 기존 근린상가 점포도 함께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동탄신도시 중심상업지역에 건설 중인 메타폴리스몰은 아이스링크 설치를 추진 중이다. 수도권에서는 흔치 않은 스케이팅장을 만들어 상권 활성화에 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상가 분양이 부진해지자 디지털 ·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관심을 끄는 컨셉트를 도입하는 복합 상가들이 늘고 있다"며 "컨셉트가 적중해 분양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방문객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 상가 투자가 다시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미분양에 시달리는 상가 시장에서 투자자 및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는 강력한 테마시설은 필수"라며 "준공 이후 상권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데도 상가 차별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