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의 국내반입 문제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혼란스럽다. 아이패드가 국내에 유입되기 위해선 현행법상 전파인증 형식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방통위가 다음달부터 개인이 아이패드를 휴대해 반입할 경우 1대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 그렇다. 여기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전자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이패드를 보여준 것이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되자 방통위가 이 같은 입장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규제당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물론 방통위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인증을 받지 않은 기기는 원칙적으로 국내 반입이 불가능하지만 개인 반입의 경우 세관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점, 그리고 융합제품이 출시되는 기술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라면 방통위가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법적 잣대가 왔다갔다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방통위의 이런 행태를 보고 우리나라가 아이패드에 대한 반입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전파인증 등은 미국 등 선진국들도 다 하는 일이고, 아이패드를 대량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가 의도적으로 아이패드 반입을 금지했다가 대내외적 압력에 굴복해 봉쇄를 푼 것인양 오해하기 좋게 돼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아직 아이패드의 한국 출시 날짜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홍보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꼭 필요한 규제라면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고, 유연성이 요구될 때는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옳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해프닝은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차제에 방통위는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再檢討)에 즉각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