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설악산 19년 만에 4월말 ‘눈’
**일선 학교 겨울교복 착용 지시
**채소·과일 가격 연일 급등
**식물 생장도 10년만에 가장 부진
**축제 시들…여행업계까지 피해 확대

29일 아침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설악산 대청봉에는 4㎝의 눈이 쌓이는 등 최근 잇단 이상 저온 현상에 전국이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각종 채소와 과일 물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연일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전국 유통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겨울 같은 날씨에 감기 환자가 속출함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겨울교복 착용기간을 연장했다.전국 유명 꽃축제도 시들해져 여행업계까지 타격을 받는 등 피해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설악산 대청봉과 향로봉에는 각각 4㎝의 눈이 쌓인 것으로 관측됐다.이날 눈은 기상 관측 이래 강원도에 가장 늦은 눈으로 기록된 1981년 5월17일 대관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아침 최저기온도 이날 서울이 3.4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 전국이 연일 ‘겨울 아침’을 맞고 있다.

우선 이상 한파로 감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이날 오후 1시 네살배기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조지영씨(35·여)는 “날씨가 추워 온 가족이 다 감기에 걸렸다”며 걱정했다.병원 관계자는 “최근 건조하고 추운 날씨 속에 많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겨울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서울 시내 일선 학교들은 학생들의 겨울교복 착용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배화여고는 당초 지난 19일부터 학생들에게 봄·가을용 교복을 입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감기환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겨울교복을 계속 착용토록 하고 있다.

출하량 감소로 채소와 과일 가격도 연일 치솟고 있다.이날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최근 연일 가격이 오르고 있는 홍고추는 10㎏당 13만6576원으로 지난주 평균 9만1465원보다 50% 가량 급등했다.이밖에 깐쪽파(10㎏·3만8233원),빨간양배추(16㎏·2만3518원),오이(50개·2만1698원),호박(1개·8288원) 등도 전주 대비 30~40%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이 때문에 유통시장에서 보통 이맘 때면 흔히 볼 수 있던 봄나물 할인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실제로 이상기온과 일조량 감소로 나뭇잎의 눈이 가장 늦게 트이는 등 식물들의 생장도 움츠러 든 것으로 조사됐다.이날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광릉수목원내 졸참나무를 대상으로 개엽시기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21일 사이 나뭇잎의 눈이 트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래 가장 늦은 것으로 지난해에 비해서도 10-11일 가량 늦었다는 게 산림과학원의 설명이다.트인 잎사귀의 크기도 1.1㎝ 안팎으로 조사 이래 가장 작아 생장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관측됐다.

꽃이 시들자 전국의 유명 꽃축제도 시들해졌다.지난 23일 시작된 고양 꽃전시회는 온실에서 개화시켜 야외전시장에 옮겨놓은 장미가 추운 날씨로 일찍 시들어 주최 측이 애를 태우고 있다.울산 울주군은 내달 2일 ‘대운산 철쭉제’를 열 예정이었지만 추운 날씨로 철쭉 개화가 늦어져 2주 뒤인 16일로 개막일을 미뤘다.경남에서는 일조량 부족과 냉해로 수박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창원과 의령의 수박축제가 취소됐다.행락객이 줄면서 여행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봄맞이 패키지여행이 많이 늘어나는 4월인데도 춥고 궂은 날이 이어지면서 예약률이 지난해의 70∼80%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업계 측 하소연이다.

한편 이같은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에 향후 90년간 GDP(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관계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환경부에 따르면 앞으로 90년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는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환경부 관계자는 “이는 최근 이상한파가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가정 하에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추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