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올해 안으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고,3년 내 매출 5000억원대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

김덕용 KMW 대표(53 · 사진)는 29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신기술 발표회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이번 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만큼 회사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사가 이날 선보인 것은 통신장비에 필요한 주파수대역을 낭비없이 정확히 걸러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무선통신필터 '블랙홀'.그동안 무선통신필터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원하는 주파수 사용을 위해선 사용대역보다 약 20%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잘라써야 했다. 이 때문에 무선통신사업자들이 필요 없는 주파수까지 구매하는 폐단이 있었다.

KMW는 이 신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국내에서 1조원,글로벌 시장에선 15조원의 주파수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차선의 너비를 정확히 자동차 크기에 맞춰 공간 낭비를 없애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세계 시장의 10%만 점유해도 연간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능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블랙홀'에는 KMW가 자체개발한 필터소자가 장착돼 기존 필터보다 크기와 무게를 각각 60%씩 줄인 반면 필터링 능력은 20% 이상 높였다. 가격도 기존 제품 대비 50%수준으로 저렴하다.

김 대표는 "해외업체에 로열티를 제공하던 무선통신필터 관련기술을 국산화한 데 의미가 크다"며 "필터기술의 새로운 국제 표준을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기술 수출의 계기까지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최근 지식경제부로부터 신기술(NET)로 인증받기도 했다. 회사는 이 기술과 관련된 특허 5건을 출원했고 현재 일본의 KDDI및 미국의 스프린트넥스텔 등 통신장비전문기업과 공급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KMW는 이번 기술개발을 발판으로 최근 2년간의 어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매출감소에다 설상가상으로 약 400억원의 키코 손실까지 보면서 이 회사는 2008년 말부터 큰 어려움에 시달렸다.

1300억원 수준이었던 연 매출이 지난해 700억원대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약 96%나 감소했다. 김 대표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필터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기로 마음먹고 작년 한 해 동안 새로운 필터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두 지휘했다. 연구실을 24시간 가동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 2개월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김 대표는 "연구비만 10억여원 들였고 2만번 정도의 실험을 거듭할 정도로 사력을 다했다"며 "휴대전화를 안 받아 사업과 인간관계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그는 체질개선을 위한 신사업부문 개척과 라인 정비도 단행했다. KMW는 지난해 하반기 이동통신 안테나와 CCTV카메라가 내장돼 가로등과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LED가로등을 개발하며 LED조명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창원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하고 있다. 또 컨베이어 방식이었던 라인에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는 셀방식을 일부 적용,생산성을 약 30%끌어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기술의 세계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