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 메이커인 미국 HP가 팜(Palm)을 인수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HP는 28일(현지시간) 12억달러(약 1조3300억원)에 팜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팜은 한때 PDA로 이름을 떨쳤던 미국 모바일 기기 전문업체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프리'와 '픽시'를 판매하고 있으며 모바일 운영체제(OS)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HP는 팜을 인수함으로써 스마트폰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HP는 2007년부터 '아이팩(iPAQ)'이란 이름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으나 실적이 미미해 소비자들은 HP가 스마트폰을 판다는 사실조차 잘 모를 정도다. 게다가 2007년 5억3100만달러였던 스마트폰 매출이 지난해 1억7200만달러로 곤두박질해 스마트폰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김광현 전문기자의 IT 집중 분석] PC 최강자 HP, 팜 인수…'스마트폰 전쟁' 가열
HP의 팜 인수는 PC 시장과 휴대폰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졌음을 의미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해마다 20%씩 커져 2012년쯤에는 PC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PC 메이커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세계 2~4위 PC 메이커인 에이서(대만) 델(미국) 레노버(중국) 등도 이미 스마트폰을 내놓았거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HP가 노린 팜의 핵심자산은 모바일 OS인 '웹OS' 기술력이다. 팜 스마트폰 프리와 픽시에 탑재된 웹OS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강하고 사용하기 편해 호평을 받고 있다. HP는 팜 인수를 발표하면서 "두 회사의 기술을 결합하면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팜 웹OS에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HP는 스마트폰 '아이팩' 외에도 애플 아이패드에 대적할 상품으로 '슬레이트'란 이름의 태블릿을 내놓았다. 모양새만 놓고 보면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 골고루 발을 걸쳐 놓은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팜은 1990년대 후반 PDA로 이름을 떨쳤으나 변신에 실패해 11분기째 적자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출시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팜은 애플에서 아이팟 개발을 주도했던 존 루빈스타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웹OS'를 개발하고 스마트폰 프리와 픽시를 잇따라 내놓았다. 팜의 스마트폰은 호평을 받았으나 아이폰과 블랙베리의 벽을 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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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팜 인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HP의 자금력 영업망과 팜의 모바일 기술을 결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실리콘앨리인사이더 공동창업자인 댄 포머는 웹OS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했지 않았느냐며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마크 캘러도 "HP가 12억달러를 낭비했다"고 썼다.

웹OS가 세계 최대 PC 메이커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기존 휴대폰 메이커들에는 악재다. 노키아는 아이폰 블랙베리에 맞설 만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지 못해 고전하고 있고 삼성과 LG는 스마트폰에 관한 한 후발주자다. 애플 HTC 등과 대적하기도 버거운 판에 HP라는 새로운 적을 만났다.

트위터@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