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트리클 다운 효과'…부품·장비 호황] "5억짜리 LCD장비 매일 팔려…10년前보다 더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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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만서도 주문 폭증
인력 모자라 물량 소화 못해
PCB업계도 '봄날'
"2015년까지 성장 지속"
인력 모자라 물량 소화 못해
PCB업계도 '봄날'
"2015년까지 성장 지속"
29일 충북 음성 선정리에 있는 신성이엔지 공장.반도체 · LCD 공장의 필수장비인 '클린룸'에 쓰이는 FFU(Fan Filter Unit)를 만드는 곳이다. 공장에 들어서자 초록색 분홍색 옷을 입은 직원 20여명이 뒤섞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분홍색 옷을 입은 직원은 정규직이고 초록색 옷을 입은 직원은 임시 계약직입니다. 작년엔 초록색 옷을 입은 계약직 직원을 투입하는 날이 얼마 안 됐는데 올 들어선 인력이 모자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 공장을 소개하는 정명구 생산팀장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국내 클린룸 장비의 50% 이상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작년 12월까지 일감이 별로 없었다. 지난해 만든 FFU는 총 2만5000개 정도.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쟁하듯 반도체 설비투자에 나섰던 2000년 10만개를 만들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000년 초반보다 좋다"
그런데 올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대만의 CMO,AUO 등에서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에는 한국산 클린룸 장비를 쓰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 도시바 관계자들이 공장을 찾아 발주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고 돌아갔다. 정 팀장은 "1월부터 매일 400개씩 만들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2000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달까지 수주해놓은 물량만도 지난해 연간 수주량을 넘어섰다"고 자신했다.
정보기술(IT) 부품 · 장비업계에 부는 호황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최근 수주 물량 폭증세가 2000년 초 반도체 초호황,2008년 LCD 호황을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호황의 기운은 장비업체는 물론 LCD · LED TV용 백라이트유닛(BLU) 제조업체와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신성이엔지 옆에 붙어 있는 신성FA 공장.LCD 이송장비를 만드는 이 회사 최묵돈 상무는 "최근 국내,해외 기업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장비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발주계약을 맡을 인력이 없어 일일이 대응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 상무는 "지난달 말까지 3억~5억원 하는 LCD 스토커(LCD 기판유리를 옮기는 장비)가 하루에 한대꼴로 팔려나갔다"며 "2008년 LCD 초호황 때 거둔 연매출 11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신성FA뿐만 아니다. 반도체용 레이저 장비를 만드는 이오테크닉스는 삼성전자의 주문 확대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31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68억원)의 4.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 LCD · 태양광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도 올해 1분기에만 1769억원에 달하는 수주를 받아냈다. 지난해 연간 매출(1701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 같은 장비업체의 특수는 지난해 투자를 하지 않았던 국내 반도체,LCD 기업들이 연초부터 대거 신규 투자에 나섰기 때문.여기에 샤프 도시바 등 일본 기업과 중국 BOE,대만 AUO · CMO 등도 국내 장비업체로 발주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부품업체도 '봄날' 기대 커져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이 올해에만 18조원가량의 설비투자에 나서고 내년에도 17조원 이상의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비업체들이) 대기업의 공격적 투자에 따른 후방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비업체 못지않게 부품업계도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업계가 BLU와 PCB.LED BLU를 만드는 서울반도체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이 1245억원,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53%,영업이익은 356%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특히 LED TV용 BLU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올해 연간 경영목표를 매출 8200억원,영업이익 1066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4534억원,영업이익 44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PCB업계도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 휴대폰 물량을 대거 늘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박'을 꿈꾸고 있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PCB 식각용 약품생산 전문업체인 풍원화학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배의 출하량을 기록했다. 시화공단에 있는 PCB 조립업체 신명전자도 지난해(63억원)의 두 배 가까운 100억원가량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KPCA) 관계자는 "세트시장의 수출 호조와 업체들의 신규 시장 확대로 국내 전자회로산업 시장이 작년보다 5% 이상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PCB 업계의 호황은 2015년께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명/김동윤/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