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하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 "

'천안함 46용사'들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은 살아남은 동료와 유가족들의 눈물바다였다.

29일 오전 10시 해군 평택 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과 전군 주요 지휘관 및 유가족 등 2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희생 장병들에 대한 경례 및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에서 이 대통령은 46명의 희생 장병에게 일일이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인 김현래 중사(27 · 해군부사관 196기)는 추도사를 통해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충격과 혼란으로 우리는 암흑천지의 바다에 떨어졌다. 한 명 두 명 구조선에 올랐지만 당신들의 애끓는 영혼에는 미처 닿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추도사 후 이 대통령 내외,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군 지휘관,유가족 대표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9발의 조총이 발사되고 함정에서는 10초간 기적이 울렸다.
[29일 희생장병 영결식] 천안함 46용사, 5000만 국민 가슴에 묻히다
영결식 내내 꼿꼿하게 제단을 바라보던 이 대통령은 유가족이 헌화와 분향을 할 때는 간간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 닦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의 손을 붙잡으며 "어떻게 하나요. 살려주세요"라며 하소연했다.

영결식 후 운구행렬은 해군 의장대 208명이 도열한 가운데 호위병 2명의 선도로 대형 태극기와 해군기를 앞세운 가운데 안보공원을 나와 천안함의 안식처였던 군항부두로 이동했다.

정박 중이던 함정들은 추도의 기적과 함께 해군 정모와 군복을 상징하는 흰색과 검은색 풍선 3000개를 날려보내며 애도를 표했다. 원기훈 원사 등 6명의 순직 장병 자녀들이 다니는 원정초교 학생들은 "지금까지 저희를 위해 국가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이 아버지,재◆이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적은 추모의 글을 담은 300여개의 풍선과 종이비행기로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이 1시간여 동안 거행된 후 운구행렬은 9~12대의 차량으로 1개 그룹을 편성해 총 11개 그룹이 시차를 두고 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유족을 태운 버스만 90대가 동원된 전례없는 대규모 운구 행렬이 2함대 인근 해군아파트를 지날 때 도로변에 도열해 있던 해군장병 및 가족과 주민들은 "편히 쉬시라"며 고인들에게 국화꽃을 바치며 배웅했다. 해군아파트로 가는 도로 변 양편에는 태극기와 해군기가，아파트에는 집집마다 조기가 내걸렸다.

2함대를 떠난 46용사의 영현은 이날 오후 3시께 국립대전현충원 사병묘역에 안장됐다.

침몰해역이 저 멀리 보이는 백령도 연화리 해안도 안타까움과 탄식에 잠겼다. 영결식과 같은 시간에 치러진 추모제에 모인 주민 최명자씨(68 · 여)는 "내 자식같은,너무 아까운 아이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가서 너무 안타깝다. 앞으로 바다만 보면 생각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라"는 추모시가 낭독되자 주위는 한순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주민들은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추모글 1000여개를 고무보트에 실어 침몰 해역으로 떠나보냈다. 한 주민은 "바다에서 애쓰다 간 사람들을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다. 아이들 부모들은 얼마나 슬프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성호 기자 j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