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혼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정보기술(IT) 장비주들은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장비주의 선전 덕에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주요 전방업체들의 투자 확대로 수주가 대폭 늘어난 데다 신규 투자가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장비주의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추가로 오를 여지가 많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장 장비업체 수주 작년의 16배

29일 코스닥시장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은 6.36% 오른 2만900원으로 1년 신고가를 경신하며 22개월 만에 2만원대 주가에 복귀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아토 역시 11.06% 급등(7830원),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반도체 미세화공정 장비업체 유진테크(6.67%),액정표시장치(LCD) 제조장비업체인 아이피에스(2.85%)와 LIG에이디피(0.72%)도 이틀 연속 신고가를 기록했다.

장비업체들의 신고가 행진은 올해 수주가 대폭 늘어난 덕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반도체 · LCD 장비주들이 공시한 수주 총액은 569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54억원)에 비해 무려 16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1700억원을 수주한 주성엔지니어링이나 732억원을 새로 확보한 NCB네트웍스는 작년 같은 기간 수주공시가 한건도 없었다.

◆전방업체 장비 투자 지속 전망

반도체와 LCD 업황이 동시에 호황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장비주들의 신고가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 IT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367억2800만달러로 작년보다 45.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 규모는 내년 478억2600만달러,2012년 569억5900만달러로 당분간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성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번 호황이 오면 4~5년간 지속되는 반도체 업황의 특성상 반도체 설비투자는 작년 바닥을 찍고 2014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작년까지 불황으로 장비업계의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살아 남은 업체들의 수혜는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장비주 중 수주 규모 1위(360억원)에 오른 유진테크는 수주 확대 기대가 높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주 제품은 싱글 저압화학기상증착장비(LPCVD)로,목욕탕 타일처럼 생긴 반도체 웨이퍼의 굴곡면에까지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장비다. 김영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회로 간격이 좁을수록 버리는 웨이퍼 양이 줄어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률이 높아진다"며 "국내 업체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업체들도 미세화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수주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LCD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가스를 정화해주는 가스스크러버를 제조하는 유니셈도 제품 적용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반도체와 LCD 장비를 각각 101억원과 41억원 수주했다. 황세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 회사 제품은 반도체 · LCD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태양전지 제조과정에도 필수적"이라며 "시장 확대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0배 넘게 늘어난 8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