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금융개혁 법안 추진과 규제 당국의 사기혐의 제소로 위기에 처한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로비력 보강에 나섰다고 미국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사기 혐의로 제소된 골드만삭스가 전문 로비스트들과 전(前) 의회 직원들, PR전문가들로 이뤄진 막강한 로비 군단을 통해 창사 140년 이래 최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원래 눈에 띄는 로비 활동보다는 조용하게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대정부ㆍ의회 관계를 쌓는 데 주력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월가 최고 금융 회사로 급부상하고 최근 여론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정부 및 의회에 대한 로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대정부 사무실도 워싱턴에 열었다.

대정부 팀은 최근 수개월간 금융개혁 법안과 연계된 상ㆍ하원 핵심 의원들과 여러 차례 만났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팀의 수장이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의 최측근 보좌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구성원 면면도 화려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분야 핵심 참모, 하원 금융서비스 소위원회 전 직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입법 분야 참모 등이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골드만삭스는 영향력이 상당한 전문 로비스트들로 외부 진영도 꾸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골드만삭스가 위기 타개를 위해 얼마나 급박하게 노력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점은 전문 로비스트들은 아니지만 워싱턴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사들을 최근 로비 군단에 합류시킨 사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진영에서 활동했고 위기를 맞은 대형 기업들의 자문을 주로 맡았던 PR전문가 마크 파비아니는 대중적 이미지 전략을 포함해 여러 부분에서 골드만삭스를 지원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뉴욕타임스(NYT)에서 일했던 스티븐 라바톤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법률 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크레이그도 영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금융위기 원인 규명 조사를 벌이는 미 의회 산하 독립기구인 금융위기조사위원회도 골드만삭스의 로비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와 그 로비스트들이 금융 개혁 법안과 관련된 싸움에서 '퇴짜맞았다'(spurned in)고 NYT는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백악관이 주요 금융회사들에게 금융개혁법안의 공식 지지 서한을 요청했을 때도 골드만 삭스는 배제됐다.

논의에 참가했던 한 금융회사 경영진은 "그 (서한) 메시지는 골드만삭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골드만삭스가 지금 진행되는 일을 지원한다면 부정적"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현재 추진되는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우려를 의회 측에 피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회사는 여러 무역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직접적인 만남을 꺼리는 정치인들과 접촉을 위해 중재자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