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로 스포츠 후원이 제한됐던 업종의 스폰서들이 불경기 덕에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에서는 담배회사의 광고 허용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한국시간) 런던타임스에 따르면 페라리팀의 유니폼 왼쪽 가슴에 부착한 빨간색과 흰색,검은색의 바코드가 '말보로' 담배 광고를 연상시킨다며 일부 영국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담배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법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페라리팀과 말보로는 10억달러의 후원 관계를 맺고 있다. 페라리팀은 "바코드는 차의 색상을 반영한 것이지 말보로와는 관련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지만 말보로는 회사 로고를 드러내기 위해 1년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주류 회사들의 자금도 속속 스포츠계로 유입되고 있다. 미국PGA투어는 경제 위기로 스폰서들이 잇달아 대회 후원을 포기하자 여태까지 스폰서로 인정하지 않았던 주류 회사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주류 회사는 맥주나 와인,샴페인처럼 도수가 낮은 알코올을 파는 회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수 높은 알코올이 첨가된 럼,위스키,브랜디,보드카 등 증류주를 파는 회사들을 의미한다.

투어 측은 주류 회사를 타이틀 스폰서나 선수 후원 기업으로 허용할 경우 최소 연간 5000만달러가 투어에 흘러들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주류 회사들은 각종 제약에도 불구하고 미PGA투어에서 암암리에 마케팅 활동을 해왔다. 예컨대 레티프 구센이나 짐 퓨릭은 보드카로 유명한 '그레이 구스' 의류를 입고 있다. 조니워커 의류 로고도 선수들을 통해 TV 화면에 자주 노출된다. 보드카 회사인 '케텔 원'은 피터 제이콥슨과 스콧 매카런 등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아널드 파머도 2004년부터 '케텔 원'과 후원 계약을 맺어오고 있다.

다국적 주류기업 바카디 마티니(Bacardi Martini)는 캘러웨이와 고객 프로모션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디아지오와 바카디는 현재 연간 7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를 미PGA투어 관련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NBA(미국프로농구)는 지난해 초부터 각팀들이 주류 회사와 광고 및 스폰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음주운전은 하지 말라'는 식의 경고 메시지만 포함하고 있으면 어떤 형태의 광고도 가능해졌다. NBA 농구장에서 TV 카메라가 비추는 지역에 회사 명칭과 로고도 부착할 수 있다.

도박 자금도 새로운 '돈줄'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국기(國技)'라 할 수 있는 미식축구(NFL)는 지난 시즌부터 매 경기에 '스크래치식 즉석 복권' 판매를 허용했다. 경기 침체 후 새로운 '후원기업'을 찾던 NFL 구단주들이 오랫동안 금기시해오던 '엄격한 비(非)도박 정책'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5월 NFL이 즉석 복권 판매 허용을 발표하자마자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매사추세츠주의 '로터리(lottery) 회사'와 첫 계약을 맺은 이래 전체 32개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여개팀이 복권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대부분 5달러짜리인 즉석 복권에는 각팀의 '헬멧 로고'가 15~20개씩 새겨져 있다. 이 부분을 벗기면 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1등 당첨 금액으로는 주로 10만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주된 수입원은 도박 자금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베트프레드는(Betfred)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마권업자다. 볼튼,웨스트햄,위건,울버햄튼 등의 '유니폼 스폰서'도 도박 회사들이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