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드라마 방송 시간을 72분으로 정한 지상파 3사 간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SBS와 MBC가 최근 방송 시간을 늘리면서 KBS가 항의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0시대에 방송된 KBS 2TV '신데렐라 언니'는 72분이었지만 SBS '검사 프린세스'는 74분,MBC '개인의 취향'은 77분으로 각각 조사됐다.

지난달 MBC와 SBS는 지속적으로 '72분 합의'를 깼다. SBS '검사 프린세스'는 73분 이상 방송한 날이 네 차례였으며，MBC '개인의 취향'은 73분 이상이 여섯 차례，74분 이상이 한 차례，76분 이상이 한 차례로 나타났다.

방송 시간을 늘리는 것은 시간이 5분 정도 길어지면 시청률도 1~2%포인트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목극 시청률 경쟁에서 '신데렐라 언니'가 두 작품을 5~10%포인트씩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검사 프린세스'는 시청률 2~3%포인트 차로 경쟁하고 있다.

방송 3사의 제작본부장과 드라마 국장 등 6명은 지난해 1월 경제 위기 속에 드라마 과다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주중 드라마의 방송 시간을 72분 이내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주중 드라마 시작 시간도 오후 10시로 맞추자고 했다. 3사가 편성 시간을 일치시켜 드라마의 작품성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취지였다.

각 드라마의 앞뒤에 붙는 광고도 다른 드라마와 경쟁하지 않도록 하고 한때 회당 85분까지 늘어난 드라마 시간을 줄여 제작비 상승을 막자는 것이었다. 드라마 시간이 길어지면 배우와 스태프 등 참여자들의 근로환경 역시 피폐해진다.

이응진 KBS 국장은 "드라마 시간을 연장할 때 쓸데없는 내용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며 "드라마의 품질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