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대표 철강업체인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 자발적으로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납품가격의 인상을 억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철강업체 주가들은 일제히 급락세다. 일관제철소인 현대제철은 4% 이상, 포스코는 3%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가 원자재 인상을 억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관행적인 일"이라며 "이미 올린 가격을 정부의 요청으로 재조정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오후 12시55분 현재 업종대표주인 포스코는 전날대비 2.91% 내린 50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4.58% 떨어진 9만1700원을 기록중이다.

이 외에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도 전날보다 1~3% 이상 주가가 빠지고 있다. 장초반 강세를 보이던 포스코강판도 약세로 돌아섰다.

증권업계는 이런 급락세를 두고 "시장이 정부의 요청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시장이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진석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과거에도 철강가격 인상 이후 잇따라 회의를 열어왔다"며 "철강업계 내에서 이번 원자재 인상 억제 요청은 철근가격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건설업체와 중재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요청이 철강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기계 등 15개 대기업 모두에게 요청한 것인데 유독 철강업체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관철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철강가격 문제의 본질은 건설업체에 납품하는 철근 등 봉형강류 재료가 핵심"이라며 "냉연, 열연 등 판재류 가격인상의 경우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어 정부의 요청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지윤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근의 경우 가격변동이 자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변동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은 맞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등 업계관계자들도 "이번 정부의 요청이 철근가격 등을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철강석 및 고철 등 원료가격이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