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은 영원한 로망이다. 청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기차 타고 떠나는 여정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차창을 파고 드는 봄볕이 살짝 눈가를 찡그리게 한들 어떤가. 기차에 테마가 가득하다면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와인열차, 뮤직트레인, 레저열차‥
당장이라도 집을 나서고 싶다. 자, 기차여행 속으로 떠나보자.


코레일이 운영하는 테마열차 여행이 인기다. 와인과 음악,목욕시설이 갖춰진 기차에 몸을 싣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영동으로 떠나는 와인열차

지난 29일 오전 9시25분 서울역을 떠나는 와인트레인에 몸을 실었다. 기존 새마을호 7량(3량은 일반열차)의 객실을 개조한 와인열차는 영등포역,수원역,천안역 등을 거쳐 11시48분에 충북 영동역에 도착했다.

와인열차는 은은한 조명과 포도나무 터널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에 고급스러운 테이블로 꾸며져 있다.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한 지 30분쯤 지나자 와인서비스가 시작됐다. 와인열차에서 제공하는 와인은 4가지.와인코리아가 제조한 샤토마니의 달콤한 향이 입안을 맴돈다. 와인은 아니지만 진한 맛의 복분자도 포함된다. 와인은 무제한 제공.

전문소믈리에의 와인 상식을 곁들인 시음회가 끝나고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게임과 노래가 곁들여진 공연이 이어진다. 차분하던 실내가 금세 달아올랐다. '마이웨이''해후' 등 달리는 기차에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추억에 잠겼다.

인천시 동암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김혜란씨(48)는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나들이를 떠난다"며 "한 번 와본 친구 소개로 왔는데 마치 MT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와인열차는 4개의 칸으로 나눠져 있다. 비용은 1인당 8만~8만5000원.코레일이나 와인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화,목,토 주3회 운행한다.

영동역에 도착해 버스로 10분 거리에 와인코리아로 이동,제법 맛깔스런 뷔페식 점심을 먹은 뒤 곧바로 와인족욕,와인화장품 만들기,와인저장고 견학,와인박물관 견학이 3시간 이상 이어졌다. 이후 금산으로 옮겨 재래시장 방문 등을 마친 뒤 영동역에서 오후 6시6분 열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오후 8시34분이다.

◆추억의 '7080 뮤직카페 트레인'

지난 3월 선보인 통통통 뮤직카페 트레인의 테마는 '추억의 7080'.가수 이범학과 함께 하는 라이브콘서트에 디스코 경연대회와 디스코 타임이 이어진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신개념 관광열차다.

상품 특색에 맞춰 외관을 음표와 악보로 꾸민 이 열차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당일 운행한다. 서울역을 출발해 충남 서천군 춘장대해수욕장을 왕복하는 테마열차다. 디스크 자키가 진행하는 뮤직쇼,승객들의 댄스배틀,2080 라이브쇼 등이 주 메뉴다. 어른은 5만7000원,어린이는 5만원.간이역에서 시골음식 체험도 별미다.

여행객은 음악 DJ카페,해우소 타임,스트레스 팡팡 이벤트,초청가수 라이브 콘서트 등 열차와 주요 관광지에서 펼쳐지는 '11가지의 짜릿한 이벤트'를 11시간 동안 맛볼 수 있다. 첫 기착지인 광천역에선 토굴 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 재래시장을 둘러본다. 청소역에선 보령 머드팩 마사지를 체험할 수 있다. 청소역은 장항선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아담하고 예쁜 간이역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춘장대역에서 춘장대 해수욕장은 도보로 약 20분 거리.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1544-7755)에 문의하면 된다.

◆시속 130㎞ 열차서 샤워 명품열차 해랑

'헤어 드라이어까지 딸린 샤워부스.미니 바에 LCD TV까지.둘이 누워도 넉넉한 더블 침대.' 소리없이 인기를 끌고 있는 명품 열차 '해랑'의 내부다. 달리는 특급호텔로 손색이 없다. 요금은 2박3일에 200만원이 넘는다.

지중해를 옮겨 놓은 듯한 코발트빛 외관.봉황의 문양까지 고풍스런 우아함이 묻어난다. 해(태양)와 더불어 금수강산을 돌아보는 열차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해랑.

해랑은 8량(8개 열차)으로 구성돼 있다. 앞뒤로 발전차와 기관차가 따로 붙는다. 6량은 룸.나머지 2량은 카페(레스토랑)와 이벤트차다. 카페에서 와인과 커피는 공짜.해랑 직원은 6명이다. 상품은 1박2일,2박3일 두 가지다. 2박3일 열차는 서울역을 출발해 전남 곡성,부산,강원도를 돌아보는 코스다. 룸은 백합실(디럭스룸,2인 195만원),목련실(가족룸,3인 239만원),모란실(스위트룸,2인 232만원) 등 3가지다. 화요일만 운행한다. 오전 8시40분 서울역을 출발해 3일째 오후 7시40분에 서울역에 도착한다.

1박2일 코스는 토요일에만 운행한다. 불국사,정동진을 둘러보는 해오름여행과 목포,순천만을 여행하는 씨밀레여행으로 나뉜다. 가격은 백합실 128만원,목련실 155만원,모란실 154만원이다. 문의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 1544-7755

◆MTB(산악자전거)열차,에코레일

에코레일은 운동 마니아들을 위한 레저열차다. 매주 토요일 서울역을 떠나는 이 열차는 섬진강,옥천,보령,영월 코스로 나뉜다. 가격은 4만2000~4만5000원.객차 4량과 자전거 236대를 실을 수 있는 자전거 열차 4개로 이뤄진다.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전 7시10분에 서울역을 출발하는 섬진강 코스는 11시10분 곡성역에 도착해 섬진강변 코스,태안사 코스 등 짧게는 30㎞,길게는 67㎞를 자전거로 투어한 뒤 열차로 서울역에는 8시40분에 도착한다. 둘째주엔 옥천,셋째주엔 보령,넷째주엔 영월 코스 열차가 운행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