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역세권 및 주변지역은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등이 단골로 '10년 뒤 최고 주거지역'으로 꼽는 곳이다. 한강르네상스,용산공원,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생활여건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서울시도 용산을 미래의 서울 중심부로 육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여건을 갖춘 용산 핵심지역에서 공급되는 주상복합 아파트도 미분양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수요가 줄어들고 사업 지연으로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알짜 중에 알짜' 용산마저 미분양 걱정
◆시장 침체로 분양 연기

용산국제빌딩3 · 4구역,용산역전면2 · 3구역 등 용산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4개 단지 중 가장 먼저 분양을 준비 중인 용산국제빌딩3구역은 당초 4월로 잡혔던 일반분양 시기가 6월로 늦춰졌다. 시공을 맡은 동부건설 관계자는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일단 분양을 연기했다"며 "6월에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분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선 용산지역 최고 인기 주상복합아파트인 시티파크나 파크타워와 비교해도 입지 측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분양 연기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용산 중심지역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는 데는 만만치 않은 분양가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일반분양 아파트 48채는 155㎡(47평형)~214㎡(65평형)의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 측은 3.3㎡당 분양가를 '3500만~3800만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인근 시티파크(3.3㎡당 3500만~4000만원)와 차이가 없다.

한강로2가의 S공인 관계자는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줄이려면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며 "분양가를 높이면 미분양이 생길 게 뻔해 조합과 시공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용산 참사가 빚어진 용산국제빌딩4구역도 오는 10~11월께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는 분양가가 침체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분양가 상승도 악재

세입자 버티기로 분양가 추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 점도 분양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용산역전면2 · 3구역 등에선 세입자들이 법정 상한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세입자의 70%가 이주하지 않은 상태다. 시공사들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법정한도의 10~20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역전면2구역 시공사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막무가내로 버티는 세입자를 명도소송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49조 6항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연말로 예상되는 헌재 결정 전까지 법원의 명도소송 판결이 중지돼 사업진척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로 예정됐던 용산역전면2 · 3구역 분양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문제는 사업지연으로 각종 비용이 추가로 생기면서 분양가를 밀어 올린다는 점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3.3㎡당 32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되던 분양가가 훌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거공간으로서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분양 걸림돌로 예상된다. 건립이 추진되는 용산지역 주요 주상복합아파트는 주거비율이 80%에 달하는 기존 주상복합과 달리 30~40%에 그치고 있다.

조성근/이승우 기자 truth@hankyung.com